▲어디에든 남아있는 기도입니다. "알라는 위대하다!"라는 이슬람어 표기라고 해요. 어디에든 크기는 변주되어 있었지만, 벽에 가득하게 새겨져 있었어요. 어쩌면, 이 공간 전체가 그들의 기도와 염원을 가득 담고 있지 않을까요?
이창희
넓은 궁전은 미로와 같아서, 가이드가 알려주는 대로 길을 잡아 다니기만 했는데도 어지러웠다. 길을 쫓는 것도 어지러웠지만, 이슬람과 유대교, 가톨릭의 문화가 층층이 쌓여 있는 장식들의 화려함도 만만치 않았다. 그들의 신과 하늘, 인간 세계의 지배와 정치가 공간의 곳곳에서 뽐내듯 겨루고 있었다. 놀랍도록 장식적이었고, 눈부실 만큼 아름다웠다.
"너무 놀라워. 요즘엔 두 달이면 건물 하나가 생기는데."
궁전의 가장 중요한 공간 중 하나인 '사자의 정원'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던 관광객의 탄식이다. 요즘같이 건축물을 효율적으로 짓는 세상에 대한 불만인지, 이렇게 장식적인 건물을 왜 그렇게 요란하게 만들었냐는 비판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열두 마리의 사자가 분수를 받들고 있는 이곳을 흘렀던 물이, 그들의 신에 대한 기도를 위해 몸을 정돈하기 위한 성수였음을 떠올린다면, 그들의 정성은 신에 대한 최고의 예의였다는 것은 너무나 명확하다.
알람브라 궁전 곳곳에는 기도의 장소를 만들어 놓았고, 기도의 장소마다 물이 흐르고 있었다. 수천 년의 세월 동안 끊임없이 흘렀을 물이 시에라 네바다의 만년설이 녹아내린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치니, 내가 2019년 6월에 찾아온 공간을 통해 억겁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무어인에게서 스페인 왕조로 이어졌을 시간이, 이 공간 안에서 여전히 숨 쉬고 있는 것만 같아서 조심스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