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의 '정치적 의미' 추적한 정의당 조혜민 대의원(왼쪽), 오김현주 부위원장.
남소연
- 대선 때 심상정 후보가 전국 최고 지지율을 기록한 투표소를 찾아가 유권자들을 만났다고 들었다. 어떻게 연구를 진행했나?
오김현주 부위원장(아래 오김현주): "심 후보에게 전국 최고 투표 지지율(17.6%)을 보인 투표소가 경기 파주 한 기업의 여성사원기숙사 매점 투표소였다. 심 후보에게 높은 지지를 보낸 20대 여성들이 거기에 있다고 추정했고, 이들을 만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처음엔 노동조합을 통해 접촉하려 했는데, '젠더 문제'란 얘길 듣고 좀 꺼리더라. 결국 직접 가서 섭외했다."
조혜민 대의원(아래 조혜민): "숙소 거주자들 대부분이 20대 여성이라고 알고 있었다. 먼저 면접자를 구하는 팸플릿을 찍고, 거기 명함을 끼워서 출퇴근 시간에 직접 공장 앞에서 나눠줬다. 야간-새벽근무 교대시간에 맞춰 기다렸다가 종이를 나눠줬는데, 한 번은 준 지 10여 분 만에 바로 연락이 오더라. '이분들도 말할 기회가 필요했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지지한 20대 여성 4명을 만나 심층면접인터뷰를 진행했다."
- 그렇게 직접 여성 유권자들을 만나본 결과 특이점이 있던가.
오김현주: "이들은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쓰진 않았지만, 대부분 성별 문제, 여성 관련 의제에 대한 감수성이 매우 높은 편이었다. 통상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심상정 후보를 같은 여성정치인의 범주에 놓기도 하는데 이들은 달랐다. '똑같은 여성이 아니다'란 생각이 확고했다. 이들은 두 명을 같은 여성이 아닌, 서로 다른 '정치인'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조혜민: "신기했던 건 이들이 원래 아는 사이면서도, 심상정을 지지한 건 서로 몰랐다는 거다. 심상정 지지율이 전국 투표소 중 기숙사 투표소에서 가장 높았단 사실에 면접자 모두가 놀라더라. 20대 여성의 '조용하지만 강한 투표'가 이뤄졌다고 봤다. 또 심상정은 당시 대세가 아니었음에도, 여성 정치인을 뽑겠단 생각이 이들에게 있었다. 본인이 성소수자라 생활동반자법이 필요하다며 뽑은 사람도 있었다. 대부분 본인 권리와 (그걸 대변할) 정당을 잘 연결시키더라."
- 만나보니 어땠나. '20대 여성 유권자는 OO이다'라는 말로 표현한다면.
오김현주: "20대 여성은 '정치화는 됐으나 정치세력화는 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이분들 대개가 사회학적·정치적 용어를 많이 알고 쓰더라. 또래 남성에서 비해 전반적으로 매우 정치화돼 있다고 생각했다."
조혜민: "비슷하게 느꼈다. '정치적 순간들, 계기만 주어지면 언제든 정치에 접속할 수 있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면접자 모두가 언어도, 고민도 이미 충분했음에도 이들을 끌어당길 뭔가가 없어서 적극적 참여를 머뭇거리고 있었다. 대부분이 '촛불집회, 박근혜 탄핵' 때 정치 효능감을 느꼈다고 했다. 내가 참여하면 정치가 바뀔 수 있다는, 그런 정치적 순간을 이들에게 어떻게 더 만들어줄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런 '순간'은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제가 우연한 계기에 정당을 만났듯, 이들도 결집 가능성을 만나지 못했을 뿐 정치 세력화될 가능성은 이미 충분해 보였다. '나는 정치와는 상관없다'며 거리를 두는 기존 40~50대 여성들과는 또 달랐다. 이런 여성 유권자들에게 정당이 어떻게 접근하고 정치참여의 기회를 줄지, 그 구체적인 전략과 고민이 중요하다고 본다."
2008년 광우병 집회에서 '촛불 소녀', '유모차 부대' 등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여성들이 정치화된 세력으로 정치적 대표성을 얻고 있는지, 문제제기가 인정받고 있는지는 다시 평가할 지점이다. 면접자들은 과거 박근혜 탄핵으로 정치 효능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미투 운동 등 여성들 외침에 정치권이 제대로 반응하느냐는 질문에는 모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반응 없는 정치에 무력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 '20대 여성을 통해 정의당을 보다' 자료집 중
"20대 여성, 정치적 가능성 충분한 이들... 정당, 접근법 고민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