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지인이 보내준 '장애인등록증' 개편 관련 안내 문서. 복지카드라는 이름은 '장애인 등록증'으로, 장애OO급은 '장애의 정도가 심한(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바뀐다. 이 개편안은 올해 7월부터 적용된다고 한다.
김광백 제공
"이건 엄연히 낙인찍는 거나 다름없다."
"인권감수성이 제로인 이 결과를 도출한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지난 4일 지인으로 받은 한 장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리고 그 아래로는 이런 댓글이 달렸다. 사진은 보건복지부가 만든 장애등급제 개편에 따른 장애등록증 개편 안내와 관련 지침 중 일부를 담은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기존 장애등록증(복지카드) 이름을 '장애인등록증'으로 바꾸고, 등록증에 있는 '장애00급'을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장애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표기한다고 적어놨다.
이는 2019년 7월부터 시행되는 장애인등급제 폐지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바뀌는 업무에 관련한 교육을 위해 배포한 자료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바뀌는 장애인등록증은 올해 7월부터 적용되고, 표기는 올해 7월 1일부로 시행되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에 근거한다.
필자가 보기에 보건복지부의 '장애인등록증 개편 안내'는 문제가 있다. 차근차근 살펴보자.
[배경] 장애인 운동이 걸어온 길
2000년대 초반. 장애인의 이동할 권리를 주장했던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우리나라 대중적이고, 진보적인 장애운동의 서막을 알렸다. '장애인의 2000년대는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가 표출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이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장애인의 교육받을 권리를 위한 투쟁, 장애인의 탈시설과 지역에서 살 권리를 향한 투쟁 그리고 장애인 등급제 폐지 투쟁으로 이어졌다.
불과 20여 년 만에 당연하게 보이는 법과 제도가 생겼던 것은 장애 당사자의 처절하고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투쟁들은 장애인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한계가 있었다.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의 근간은 '장애등급제'와 '장애인복지법'이다. 이 두 개를 놔두고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데는 많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애운동 진영은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권리보장법으로, 장애등급제는 전면 폐지를 통한 서비스 전달체계 전면 개편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중심으로 광화문에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농성장이 만들어졌다. 2017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광화문 농성장 방문과 장애등급제 전격 폐지의 약속이 있은 뒤 농성을 해산했다.
우리나라 장애등급제는 장애인의 손상에 따라 장애유형을 15가지로 나눈다. 그리고 손상정도에 따라 장애유형별로 1~6급으로 나눈다. 1급은 장애정도가 가장 심한 것이고, 6급은 비교적 심하지 않은 정도를 뜻한다. 그리고 각 유형의 급수에 따라 장애인 복지서비스 지원 정도가 결정되고, 각종 세금 감면 및 할인 등이 결정된다.
그런데 이 1~6급을 결정하는 장애등급제는 한 사람의 어려움을 표현하고, 그들을 지원하는 데 전혀 적합하지도 않을 뿐더러 과학적이지도 않다는 문제가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