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아이들.
세상과함께
15년 전, 내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로 했다. 미얀마에 가서 초심으로 돌아가 수행하자는 것이다. 20여 년 간 운수(선방 수행)의 길을 걷던 나는 노곤했고, 더 나아가기 싫은 한계에 부딪혔다. 이 수행법으로는 나를 추스르기에 실패했다고 단정하고 황금의 땅 위빠사나 수행처로 떠났다.
책으로 본 간디의 감옥 같던 내 독방은 외국인에게 주는 최고의 방이며 특혜라는 것을 알고 감사하면서 수행했다. 1년이 후딱 지났고, 2층에서 본 마을이 궁금해서 양곤으로 비행기표를 리컨펌(재확인)하러 가면서 잠시 들른 곳이다.
그때 대문이 없어서 불쑥 들어간 집은 여성 수행자가 사는 사원이었다. 20여 명의 여아들이 허름한 오두막에 모여 지내는 듯 보였고 삭발한 아이들의 머리는 온통 부스럼 투성이었다. 비바람, 햇빛도 피할 수 없는 원두막 마루는 삐걱대고 나무들이 빠져 위험하기까지 했다.
아아... 이럴 수가. 나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아이들과 주변을 볼 때 그들도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정적의 충격이 지났을 때 부끄럽고 부끄러웠다. 오직 내 공부만 한다고 1년을 지낸 시간들이 죄스럽기까지 했다.
화장실이 딸린 방과 모기장, 침대, 책상에 앉아 내 수행만 한다고 고집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불과 100m 밖에 사는 아이들은 비를 맞고 지내고 배를 곯고 있었다니. 오두막 문을 달아주고 모기장, 밥그릇, 분유, 과자를 사주라고 말하면서 200달러를 주고 도망치듯 나왔다.
'세상과함께'에 보시의 손길... 방송인 김제동씨도 쾌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