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 예당호 출렁다리는 길이 402m로 현재 국내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다
정지인
아시아 최장 '예당호 출렁다리'
충남 예산 예당호 출렁다리는 길이 402m로 현재 국내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다. 개통과 동시에 양주와 파주에 걸친 마장호수 흔들다리의 220m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이 기록은 올가을에 완공 예정인 600m에 이르는 논산 탑정호 출렁다리에게 곧 내주게 될 것이다. 길이만이 아니다. 출렁다리를 품고 있는 예당호는 국내에서 가장 큰 저수지다. 크기가 여의도 면적의 세 배가 넘고 호수둘레는 40km에 육박한다.
내륙의 바다라 할 만큼 큰 예당호는 예부터 예산, 당진 일대 농지에 물을 대고,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호젓한 호숫가에 낚시 좌대가 떠 있고 물에 잠긴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은은하다. 근래에는 습지와 생태공원이 조성돼 조용하게 호반을 걷거나 쉬어가기도 좋아졌다. 게다가 이곳에 국내를 넘어서 아시아 최장 길이의 도보 전용 출렁다리가 놓였으니 예당호는 꼭 한번 들려봄 직하다.
예당호 출렁다리를 걷고 있으면 널찍한 호수 풍광이 눈을 푸르게 한다.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한 출렁다리 중간에 위치한 주탑 전망대도 새롭다.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시야가 제법 시원하다. 밤에도 조명을 켜고 야경감상이 가능한 데다 아직까지 입장료도 무료니,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게 이해가 간다. 출렁다리 바로 옆으로 난 부잔교도 아기자기하고, 인근에 예당호조각공원과 데크수변길이 있어 원하는 만큼 걷거나 쉬어가기도 괜찮다.
담수 생태계의 보고, 예당호를 끼고 있는 예산 대흥마을은 전통문화와 역사,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를 가꾸어가는 가치를 인정받아 슬로시티로 지정된 마을이다. 느림의 가치와 생태, 전통문화의 보존, 공동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슬로시티 운동은 담양 창천, 증도, 청산도 등 국내의 여러 도시들도 함께 참여하는 국제적 활동이기도 하다.
느림의 미학, 슬로시티 대흥마을
대흥마을에는 백제 부흥 운동의 거점이 됐던 임존성, 오래된 향교와 조선 시대 동헌, 왕족의 태실, 흥선대원군의 척화비 등이 남아 있다. 백제의 숨결이 전해지는 마을에는 과거의 역사가 현재와 어우러져 흐른다.
'의좋은 형제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곳이 바로 여기다. 서로를 위해 밤새 볏단을 옮겨놓았다던 이성만·이순 형제의 이야기는 대흥마을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기록과 효제비(孝悌碑, 이성만, 이순 형제의 효심과 우애를 기리기 위해 조선 연산군 때 세워진 비석)로 밝혀졌다고.
이런 역사와 삶에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는 슬로시티 대흥마을에서 느릿느릿 달팽이처럼 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원한다면 대흥마을 슬로시티 해설요청도 가능하다. '느린 꼬부랑길'이란 예쁜 이름의 마을 길을 따라 걸으며 슬로시티에서 여유를 부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