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지 작. 구룡쟁주. 의주를 놓고 쟁투하는 아홉 마리의 용을 통해 현대를 들여다보았다.아홉 용은 민화에선 생소하다. 까치와 호랑이도, 용이 되는 잉어도, 최근작 호접지몽에서도 김달지 작가는 자신의 주제의식을 표현했다.
김달지
자유로운 그림 그리고 싶었던 열여섯 살
"어릴 적엔 내성적인 성격이었어요. 의사표시도 분명히 않고, 그저 혼자 그림 그리는 걸 즐겼어요."
어쩌면 김달지 작가도 봉준호 감독처럼 "영화감독을 꿈꿨던 소심하고 어리숙한 12살"이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넌 꼭 미대를 가야 한다!"고 했던 사람은 그녀 자신이 아니었습니다. 동생의 미술 숙제를 누나가 해준 걸 알게 된 선생님이 강력하게 권했죠. 그래서 엄마에 끌려 미술학원에 등록하게 됩니다. 학원에선 그 소녀에게 "하나 아그리파를 그릴 것, 둘 원의 가장 밝고 어두운 곳을 찾아 명암을 표시할 것, 셋 추상적 면을 구획 분할하고 이를 포스터칼라로 칠할 것"을 요구합니다. "가장 밝은 곳은 여기야!"하고 정답을 주면서요.
"저런 그림이라면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
이것이 달지의 반응이었고, 그래서 미술은 일찍이 그녀와 멀어집니다. 그는 대학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합니다. 졸업후엔 기획과 프리젠테이션, 전략 확립과 대상 분석이 주된 업무였죠.
김달지 작가는 현재 조자용 선생 기념사업회서 매년 주최하는 대갈문화축제의 공모전 수상자들 모임의 총무를 2014년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맡고 있습니다. 조선민화박물관 및 한국민화뮤지엄의 공모전 수상자들로 이뤄진 민수회 사무국장도 2년여를 겸업했죠. "총회, 이사회, 워크숍, 전시회 준비하면서 차량 연락하고, 인원 체크하고, 김밥 확인하는 단순한 일"이라 했지만, 일머리를 다시 배우고, 사람을 알아가고, 대중에 말하는 걸 배우는 기간으로 그 시간은 오롯이 찼습니다.
"자화상을 그려오는 과제가 중학교 3학년 때 있었어요. 아이들은 모두 자신의 얼굴을 그려 갔어요. 근데 저는 여러 색의 물감을 짠 다음에, 손바닥과 발바닥에 문질러 종이에 찍었어요. 그때 선생님이 절 칭찬해 주셨어요. 넌 꼭 미대로 가야겠다."
누가 그랬던가요. 인간은 결국 열여섯 살에 열중하던 일을 끝내 하게 된다고. 달지 작가는 광고업계서 일하는 와중에 크로키를 배웁니다. 현재도 일러스트를 다시 배우고 있는 것처럼, 반년씩 호랑이털 치는 걸 배우는 것과 같은 과정이죠. 그 크로키 수업 현장서 우연히 민화 한 장을 만납니다. 특별히 새로울 것 없이, 꽃과 새가 있고 전통의 오방색으로 그린 민화였습니다. 그 단순한 아름다움이 주는 충격이 컸습니다. 그 그림은 끝내 달지 작가를 돌려놓습니다.
"지금도 계속 그림을 그려요. 연필은 쓰지 않고, 펜으로만, 수정 없이…. 10년의 다지기 같은 거죠. 이제 막 시작이고요."
김달지 작가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집을 갖고 있습니다. 그녀의 첫 화집입니다. 호크니는 최근 시립미술관서 전시도 했는데, 물론 거기도 갔었죠. 전시회에선 호크니의 다큐멘터리도 있었습니다. 여러 다양한 작업으로 '외도'를 했던 호크니가 말년엔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그림을 그린다 했죠. 호크니가 왜 그러는지 김달지 작가도 알겠다 했습니다.
"호크니의 작품집을 보면서 잠을 이루지도 못할 만큼 감동이 컸어요. 언젠가 누군가도 제 작품집을 보면서,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발타 사르 그라시안 이 모랄레스라는 긴 이름의 스페인 작가가 이렇게 말했죠. "어떤 포부를 가지고 있는지 보면 그 사람의 재능의 크기를 알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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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8일부터 서울 성수동의 스페이스 오매에선 <민화 만화경> 프로젝트가 전시됩니다. '드림 컴 트루'. 현실이 된 프로젝트가 부화합니다. 열아 홉 명(혹은 회사) 서로 다른 작가들의 포부는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재현됐을까요?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2019 민화 만화경 프로젝트. 민화의 주제를 넓히고 다양한 형식과 접근을 시도한다. 2019년 6월 8일 스페이스 오매서 전시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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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흙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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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만난 민화 한장, 그게 나를 돌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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