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론’적 접근을 통해 한국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참여사회
'86세대'와 '386세대'를 구별해야 하는 이유
실질적으로 '86세대'는 2019년 현재의 사회 권력층을 지시하는 말로 쓰인다. 현재 사회 권력층을 이루는 개인들의 특성을 추출하면 그들의 연령대(50대), 그리고 세대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경험(민주화운동, 시민사회 1세대 등) 및 가치관(대북관, 진보 성향 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에 '세대'라는 말을 붙여 표현할 뿐이다.
쉽게 말하면, 오늘날 사회 권력층은 50대이지만 50대는 사회 권력층이 아니다. 다시 바꾸어 말해, 오늘날 사회 권력층을 '86세대'라는 말로 부르지만 50대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에 가까운 386세대 전체가 사회 권력층인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이 구분이 말장난 같다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최근 '86세대'의 용법과 오래된 '386세대'의 용법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것이 두 가지 지점에서 중요한 효용을 지닌다고 본다.
하나는, 사회 권력층 내지는 정치 엘리트를 '86세대'라고 부르는 용법과 50대 일반을 '(5)86세대'라고 부르는 방식을 의도적으로 혼동하는 세대론 꾼들의 의도를 좌절시키기 위해서이다. '86세대'와 청년세대를 상대편으로 놓고 한쪽이 얻으면 다른 한쪽이 잃는 것 같은 세대 갈등 내지는 경쟁 구도를 설정하는 담론은 마치 최근 나타난 것처럼 논의되기도 하지만, 사실 2000년대 초반부터 보수 진영이 유포해 왔던 '청년세대' 담론의 전형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2000년대의 20~30대에게도 당시의 '(4)86세대'가 '너희들의 기회를 점유하고 있으니 빼앗아야 한다'는 식의 논의를 전개해왔다. 이는 현재의 60대 이상 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지지기반을 가진 정치 세력이 '86세대' 연령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지기반을 가진 정치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오랜 세월 진행한 프로젝트였다는 뜻이다.
이러한 경향이 일시적인 것인지 지속될 것인지는 미지수지만, 최근 청년층 내의 가장 약한 고리라고 할 수 있는 20대 초반 남성 코호트에서부터 스스로를 '보수'라고 답하는 비율이 '진보'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세대론은 사회적 갈등의 전선을 엉뚱한 곳에 긋게 만들어 폐해를 낳지만, 권력을 두고 '세대 게임'을 벌이는 플레이어들은 그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건 말건 관심이 없다.
다른 하나는, '86세대'로 불리는 사회 권력층이 자기 자신의 현재 위치 내지는 지위를 오인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시민사회를 거쳤든, 학자 이력을 가졌든, 30년 전 민주화운동에서 무슨 일을 겪었든 '86세대'는 지금 한국사회의 가장 커다란 리더 집단이다.
이들은 많은 경우 정부 관료이고, 담론 주도층이며, 자원을 배분할 힘을 가졌다. 이들의 공통점으로 연령-세대를 추출할 수 있다는 맥락에서 '86세대'를 '전략적 세대(strategic generation)'라고 표현할 수 있을 텐데, 전략적 세대는 정치적 변화를 위한 이념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며, 그들이 생산한 상징적 질서, 세계관은 자기 자신들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환경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들에게는 자리에 맞는 기본적인 책임감과 능력이 요구된다. '86세대'는 여전히 국가의 억압에 맞서 저항하는 '진보'와 '민주'의 담지자가 아니라 이제 어떤 면에서는 국가 그 자체가 되었으므로, 특정 세대 구성원으로서가 아니라 주어진 역할의 담당자로서 행동해야 한다. 그 역할에는 당연히 현재 자신들의 네트워크 밖에 있는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를 실제로 '포용'하는 일, 그리고 미래세대를 위한 몫을 남기고 분배하는 일 또한 포함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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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진 『세대 게임』 (2018)
허석재 「세대연구의 경향과 쟁점」, 『미래정치연구』 제5권 제1호, 21-47 (2015)
Edmunds, J. & Turner, B. S. 「Generations, culture and society」 (2002)
[안녕, 86세대]
'(3)86세대'는 어쩌다 '꼰대'로 전락했나 http://omn.kr/1jn7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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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X, 88만원... '세대'라는 이름의 강력한 사회적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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