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드레스60년만에 올린 결혼식
이수영
"느그 엄마 건강이 더 나빠지기 전에 웨딩드레스를 입혀 주얀디..."
아버지는 어머니와 4년 전, 아버지 팔순 때 리마인드 결혼식을 올리셨다. 아버지는 엄마 형제분들과 아버지 형제분들을 초대하셨다. 사회는 막내딸이 보고, 국악을 하는 지인이 노래를 불러주었다. 아버지의 손녀손자가 가야금 연주를 했다. 완벽한 결혼식이었다.
"이렇게라도 옆에 있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이렇게 두 손 꼭 잡고 살자."
아버지는 식이 끝나갈 무렵 엄마 손을 잡고 말씀하셨다. 그 간절한 말을 들은 하객들은 다 흐느끼듯 울었고, 예식장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두 분 만나는 토요일은 항상 맑음이었으면
엄마는 여전히 토요일 아침이면 주섬주섬 짐을 싸신다. 병원을 벗어나는 유일한 날이니까 얼마나 들뜨실까. 아버지한테 밥해 줄 마음에 몸은 이미 임실 집에 가 있다.
그 토요일 아침, 아버지는 무척 분주하시다. 먹을 수 있는 것은 다 찌고, 삶고, 볶고, 끓여놓고, 엄마를 모시러 버스를 타러 나온다.
병원에서 엄마 손을 잡고 나온 아버지는 평소에 타지 않는 택시를 탄다. 일주일에 한 번, 병원을 벗어나는 날이니까 외식도 한다. 주로 팥죽이나 국밥이나 갈비탕을 먹으면서 두 분은 흐뭇해하신다. 그런 모습을 그려보는 나 또한 행복하다. 이보다 더한 행복이 또 어디 있겠는가.
우리 식구들이 처음 엄마가 앓는 병을 알게 되었을 때는 '3년만, 딱 3년만 엄마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했다.
"정신 멀쩡해 가지고 누워서 똥오줌을 쌀까 무서워야."
이제는 엄마가 느끼는 두려움을 달래줄 수 있다면 뭐라도 하고 싶다. 그래서 엄마가 사시는 날까지 몸과 마음을 온전하게 해주라고 날마다 기도한다. 엄마, 아버지가 행복한 토요일은 항상 맑음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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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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