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6일 장애인들이 탈시설을 요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조정훈
작년에 개봉한 영화 <어른이 되면>은 언니인 혜영이 장애인 동생 혜정을 시설에서 데리고 나와 함께 지내며 부딪히는 삶의 이야기다. 영화는 탈시설을 한 혜정이 새로운 삶에 적응하려면 혜영 말고도 혜정을 돌볼 사람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사실상 탈 시설한 장애인이 활동 보조인의 도움 없이 삶을 꾸려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장애인의 활동 보조 등급 심사는 까다롭고 엄격하다. 장애인의 탈시설이 주로 경증의 장애인에 한정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는 7월부터 장애인등급이 폐지되면서 그에 따라 활동 보조서비스도 실사하는 방식으로 바뀐다고 한다. 활동 보조 적격성 판정이 장애인을 두 번 울리지 않도록 세심히 준비되었으면 한다.
사회적 대타협으로 장애인 시설을 없앤 스웨덴의 탈시설 정책은 어떤 인간도 그 의지에 반해 가두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의 소산이다. 스웨덴 장애인의 탈시설이 성공한 원인은 장애인을 그저 사회로 돌려보냈기 때문이 아니다. 정부가 앞장서 장애인의 인권을 국민에게 설득했다.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정교한 정책-활동 보조 서비스, 주거 서비스, 휴식 지원 서비스, 주간 활동 서비스 등을 실행했기에 가능했다. 이는 한국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애인은 탈시설을 하기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한다. '탈인간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시설에서 독립된 삶을 살겠다는 시도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장애인들의 탈시설 분투기는 서중원이 기록한 <나, 함께 산다>에 생생히 그려져 있다. 이들이 탈시설을 하고자 하는 이유는 '인권투쟁'이니 '자유 쟁취'니 하는 거대담론이 아니었다. 그저 내가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겠다는 바람의 발로였다. 비장애인이 누리는 일상이 이들에겐 투쟁으로 쟁취해야 하는 권리였다.
시설에서 살다 죽는 것이 운명인 줄 알았던 장애인들은 '노들 장애인 야학'이나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의 활동가들을 만나면서 다른 세상을 보게 되었다. 탈시설 감행 후 녹록지 않은 삶을 살게 돼도 이들은 시설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처음엔 그룹 홈에 살며 탈시설에 적응하다가 계속 공동 주거를 하기도 하고 독립 주거를 택하기도 했다. 이들은 함께 살면서 활동 보조인의 도움 아래 밥, 빨래, 청소하는 방법 등 삶의 방식을 교육받았다. 이 과정에서 나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치열한 노력이 수반됐다.
탈시설 여건 나아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