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샤으샤 만선인 멸치그물을 터는 어부들
심명남
봄멸치잡이 어장은 4월 중순부터 6월말까지, 약 2개월 반이 절정이다. 수온이 올라 멸치어장이 잘 형성되기 때문이다. 멸치는 젓갈과 정어리쌈, 회가 별미다. 요즘 잡히는 멸치는 알배기 젓갈로 최고다.
풍어의 상징인 '멸치'는 서민들 식탁에 늘 빠지지 않는 밑반찬이다. 지금은 우리에게 이렇게 친숙하고 사랑받고 있지만 사실 멸치는 이름부터 불우하다.
어원을 살펴보자.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벼슬아치들은 멸치(蔑治)를 업신여기고 멸시한 듯하다. 그래서 멸치의 '멸' 자도 업신여길 멸 자를 썼다. 한편 멸치는 본래 습성이 급하기 때문에 그물로 잡아 올리면 바로 죽어버린다고 해서 '멸할 멸'(滅) 자를 쓰기도 했다고도 전해진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전 이맘때면 멸치어장이 잘 형성됐다. 수십 척의 배들은 멸치로 만선이었다. 하지만 멸치어장은 갈수록 눈에 띄게 줄어갔다.
한 어민은 "올해 멸치가 안 나서 한상자에 12만 원을 호가한다"라면서 "멸치가 금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맘때면 늘 마을 앞바다에서 수 척씩 멸치잡이 작업을 하는데 올해는 초사리때 한두 척 와서 잠깐 작업하더니 그 뒤로는 멸치배가 잘 안 보인다"라고 부연했다.
멸치잡이 어부의 투박한 인심 "지금도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