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부처님오신날이었던 지난 12일 오후 경북 영천시 은해사를 찾아 봉축 법요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황 대표는 행사 중 합장을 하지 않고, 관불의식을 거절해 논란이 일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그가 한국당 대표로 뽑힌 이후, 편향성이 드러난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황 대표가 부산 지역에서 '민생투어 대장정'을 하면서 일반 시민에게 연설할 때 "들어주옵소서"라고 하는 말하는 것을 봤다. 내용적으로는 큰 문제는 없으나, 이 용어는 보통 기독교에서 사용한다. 기도에 사용하는 언어가 부지불식간에 나올 정도로 그는 뼛속까지 (편향적인) 기독교인인 것이다.
게다가 한기총이라는 편향적·극우보수적인 단체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고(3월 20일 전광훈 목사와의 만남), 단체의 장이 적극적으로 그를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하는 등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는 일들도 벌어졌다. 그러면서도 황 대표의 행태나 그의 정치적 혹은 종교적 성향에 비판적인 진보적 기독교단체(가령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만나지 않는다.
부처님 오신 날 조계사에서 합장하지 않음으로 종교적인 편향성의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게다가 논란이 벌어지고 약 보름 가까이 지나서야 유튜브 방송(오른소리)을 통해 사과 의사를 밝혔다.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할 때는 '지옥 같은 대한민국'이라는 극단적 언어를 사용하는가 하면, '좌파, 빨갱이' 등 혐오적인 단어들도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겠다"라고 말했던 이명박 '장로'와 오버랩된다. 최근 대통령 재임 당시의 불법과 비리혐의로 구속됐지만 보석을 허가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한 보석조건 변경 신청서에서 "교회에 가고, 사람도 만나고 싶다"라고 적은 것으로 알려져 기독교인들을 도매금으로 욕 먹이고 있다.
그 역시 자신이 믿는다고 고백하는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하는지, 기독교인들을 욕되게 하는지 알지 못하는 듯하다.
소셜미디어에 회자되는 말 중 '나쁜 정치인은 나쁜 종교인을 좋아하고, 악한 종교인은 악한 정치인을 좋아한다'는 게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을 아주 적확하게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 역사적으로 이런 일은 반복돼 왔다. 역사적 암흑기에는 늘 악한 종교인과 나쁜 정치인이 만나 야합을 했으며, 그로 말미암은 피해는 고스란히 민중에게 전가되지 않았던가.
만일, 종교권력과 정치권력의 야합이 성공하는 순간, 대한민국은 정치적으로 보수와 진보의 갈등에 종교적인 갈등까지 더해지면서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 혼란의 와중에 편향된 종교적인 생각들이 교묘하게 정치화된다면, 이 나라의 장래를 마냥 밝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만약 황교안 대표가 '지례로운 지도자'로서 권력을 원한다면
기독교는 희망의 종교다. 지옥과도 같은 현실 속에서도 천국을 소망하는 종교요, 어둠이 세상을 삼켜버린 것 같은 상황에서도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며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가르침이다.
그러나 지켜본 바로는 황교안 대표가 근거하고 있는 신앙은 이런 희망의 종교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내세적인 이원론에 빠져 있으며, 공동체의 구원보다는 개인구원에 치중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체험을 중요시함으로 객관성과 공동체성이 결여된 신앙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게다가 공격적인 미국식 근본주의 신앙에 기초하고 있다.
결국, 이런 양상이 한기총 같은 보수단체, 기독교라는 이름은 들어있으나 '반기독교적인 행동을 하는 단체'와 하나가 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만약 황교안 대표가 '지혜로운 지도자'로서 권력을 원한다면, 종교적인 언어와 행동을 신중하게 하는 것부터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면, 정치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교역자로서의 소명을 감당하는 게 나을 것 같다. 한 교회의 목회자가 잘못되면 그 교회만의 문제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한 나라의 지도자가 잘못되면 나라 전체가 불행해 지기 때문이다. 무릇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면 종교적인 편향성은 물론이고, 종교와 세속정치를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지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