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힘들이지 않고 노동할 수 있게 고안된 것이 기계라면 남자보다는 여자가 기계를 사용하는 게 더 타당하지 않을까?
최명숙
이에 못지않게 불합리한 일은, 기계를 사용하는 청소는 남자가, 수작업으로 하는 청소는 여자가 하도록 되어 있는 구분이다. 행여나 이런 구분을 만든 누군가가 여자는 기계를 다룰 줄 모른다고 생각한 게 아니기를 바란다. 기계란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다. 인간이 힘들이지 않고 노동할 수 있게 고안된 것이 기계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육체적 힘이 약한 여자가 기계를 사용하는 게 더 타당하지 않을까?
나도 여러 차례 흡진기를 사용해봤지만 힘든 점은 하나도 없었다. 전원을 연결하고 먼지가 있는 곳에 흡입구를 갖다 대기만 하면 된다. 극장 안을 청소할 때에도 남자는 흡진기를 바닥에 대서 끌고 다니기만 하면 되지만, 여자는 850개의 객석 의자를 허리 굽혀 닦고 좁은 틈에 박힌 먼지를 일일이 빼내기 위해 팔과 손목이 아프도록 힘을 주어야 한다.
허리와 팔의 단단한 근력이 필요한 일은 흡진기가 아니라 손걸레질이다. 바닥광택기도 얼마든지 여자가 사용할 수 있다. 어쩌면 여자가 더 섬세한 눈썰미로 광택을 고르게 내고 뒤처리도 깔끔하게 마무리하여 더 나은 결과를 낼 수도 있다.
남자보다 여자가 더 잘 할 수 있는 또 한 가지 일은 폐기물 적재소의 재활용 분류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폐기물 적재소가 남자의 작업 영역이 된 이유는 아마도 폐기물을 다루는 일이 거칠고 험하다는 막연한 생각 때문인 것 같은데, 나는 그 생각에 전적으로 반대한다. 폐기물을 다루는 일은 거칠거나 험해서는 안 된다. 지극히 섬세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