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꽃밭도심 한가운데인 금창동 더러부지 위에 붉은 야생화가 한창 피었다.
이상구
우각농원은 현재 도심 속의 푸른 초원이다. 화려한 자태의 꽃들과 곧게 가지를 뻗은 나무들. 아기자기 심겨있는 작물들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도대체 이곳이 도심 한가운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근사하고 멋진 풍경이다. 자연은 인간들 마음의 고향. 예상치 못하게 맞닥뜨리게 되는 도심 속의 자연은 보는 이를 푸근하게 감싸 안는다. 마치 시골 고향 집에라도 온 듯 사람들은 평화로움에 젖어 들게 마련이다. 많은 사람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어떤 시민은 만약 이게 공무원의 작품이라면 청와대 게시판에 올려 상 받게 해 줘야 한다고 열을 올리기까지 한다.
그런데 사실 이 멋진 풍경은 주변에 사는 지역 주민들의 합작품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동네 주민들은 자기 주머니 털어 종자를 사고 집에 있는 곡괭이며 호미를 들고나와 이 걸작을 함께 만들어냈다. 당연히 칭송은 이 동네 주민들이 받아야 한다. 하지만 대놓고 손뼉 칠 처지는 안 된다. 이미 말했듯 이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이 땅은 원래 도로 부지다. 소위 '배다리 관통 도로'가 놓여야 할 자리다. 하지만 이렇게 방치된 게 벌써 8년째다. 관통 도로가 배다리의 역사적, 정서적 가치를 훼손할 것을 우려한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서서다. 지금 주민들은 이 도로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인천시의 입장은 다르다. 이미 이 사업에 1500억 원이나 들였기 때문에 중도 포기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이 도로는 중구와 동구를 잇는다. 그동안 경인 전철로 단절되었던 지역이다. 중구에서 동구 쪽 공단지대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우회도로로 빙 둘러가야 한다. 배다리 주민들은 반대하지만 내심 길이 뚫리기를 바라는 시민들도 그래서 꽤 있다. 인천시는 작년에 추가 비용을 들여 이 지역만 지하화를 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런데 이번엔 동구청이 안전성 문제를 거론하며 반대하고 나섰다. 이래저래 난망한 상황이다. 개발과 보존의 딜레마가 어떤 건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이다.
시민들이 가꾸는 꽃밭 정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