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중인 쇠제비갈매기
이경호
꼬박 10년이 걸렸다.
4대강 대운하 계획이 한참이던 2008년만 해도 충남 금강에서 쇠제비갈매기는 어딜 가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종이었다. 강변을 비행하며 하천의 모래톱을 찾아 다니는 모습을 여름이면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하중도(하천 중간에 만들어진 섬-밤섬)에 적게는 3~4쌍씩 번식하고 많게는 20여마리 이상도 관찰한 적이 있다. 금강에서는 적어도 하중도 모래톱에 번식하는 여름철새 였다.
2009년 6월 대운하가 이름만 바꾸어 4대강 사업으로 둔갑하면서 착공했고, 포클레인을 비롯한 중장비가 금강을 가득 메우기 시작하면서 쇠제비갈매기는 자취를 감췄다. 4대강 사업이 완공되고 하중도와 모래톱은 금강에서 사라졌다. 때문에 쇠제비갈매기는 이후 금강에서 보이지 않았다.
수문이 개방되고 모래톱에 번식한 꼬마물떼새가 김종술 기자에 의해 '희망이'로 불리며 번식하는 게 지난해부터 확인되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필자는 쇠제비갈매기를 금강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꼬마물떼새에 비해 개체수가 적기 때문일 것이다.
꼬마물떼새는 우리나라 전역에 흔하게 번식하는 여름철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여름철새이기는 하지만, 쇠제비갈매기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 관심 대상종으로 분류하여 보호받고 있는 새이다.
때문에 지난해 수문이 완전히 개방된 채 1년을 보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꼬마물떼새보다 개체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다. 그러던 중 지난 28일 대전환경운동연합과 세종환경운동연합은 금강의 세종보 하류를 모니터링중 쇠제비갈매기 1쌍의 확인했다.
이 쇠제비갈매기는 세종보 하류에 넓게 형성된 모래섬에 번식을 준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쇠제비갈매기는 전국에 번식하는 여름 철새로 바닷가나 강가의 자갈밭 모래밭에 둥지를 트는 종이다. 세종보와 공주보 수문이 개방되면서 나타난 모래톱이 가져다준 결과인 것이다. 이로써 금강에 10년 만에 쇠제비갈매기는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