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바람처럼!프로그램에 같이 참가한 아이를 같이 참가한 동료분이 찍으셨어요. 와~ 자유로운 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는 아이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네요! 나이를 먹는 것이 얼마나 구속을 더하는 것인지, 아이들을 보면서 깨달았어요.
이은창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스스로의 감정에 집중해 보세요."
눈을 감은 채 들숨과 날숨에 집중한다. 숨 쉬는 것이 편안해질 때쯤 목소리가 들렸고, 일순 혼란스러워졌다. 나의 감정이라니.
요즘엔 참을 수 없을 만큼의 짜증이 화를 불러올 때를 제외하면, 특별히 '감정'이 떠오르는 순간이 없었다. '여자의 눈물은 금기'라는 일터의 주의사항은, 20년이 넘게 내 삶을 지배하는 중요한 규칙이기도 했다. 울지 않으려면 감정을 갖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됐다.
"너 자신의 힘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감정에 휘둘리지 말라."
영화 <캡틴 마블>에서 주인공 캐롤 댄버스(브리 라슨)가 히어로로 다시 태어나기 전까지 그녀를 옭아맸던 주문은 나에게도 유효했다. 있는 그대로의 실체로만 파악하도록 스스로를 훈련했고, 제대로 된 결정을 위해서는 개인의 감정은 최대한 억제하려 했다. 혹시라도 감정이 누름돌을 비집고 올라오면 마음은 뇌에 경고등을 울렸고, 제어에 실패한 원자력 발전소라도 될까봐 두려워했다. 실패해선 안 됐고, 어떻게든 느끼지 않아야 했다.
성인이 된 이후로 그런 식으로 스무해를 넘게 살았다. 나의 통제력은 종종 실패했지만 꽤나 성공적이었고, 지금의 나는 '스무 살의 나'와는 전혀 달라져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내 마음을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고, 들키지 않는 법을 제법 알게 됐다.
스무 살의 나로 돌아가다
이렇게 살아온 내게 '섬마을 인생학교'는 그동안의 규칙을 하나하나 깨도 괜찮은 시간이었다. 감정을 드러내고, 나의 마음을 알아채고, 타인에게 마음껏 호의를 표현해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는, '스무 살의 나'로 있어도 좋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소리를 내어 크게 웃었고,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스스럼이 없었고, 부끄럽지만 자주 울었다. 지난 20년간 절대 허락하지 않던 방식이다. 감정의 누름돌을 들어내는 것은 두려웠지만, 누구도 공격하지 않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오랜만에 느끼는 '완전한 자유로움'이 황홀했을 뿐이다.
'인생은 내내 성장기다.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다.'
이번에 참가했던 '섬마을 인생학교'의 모토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성인들을 위한 인생학교를 만들겠다는 소식이 들리기 시작할 때부터, 열리면 꼭 가야겠다고 다짐했었다. 2012년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진행됐던 '시민기자학교'를 통해 얻은 긍정의 에너지로 지난 7년을 버텼으니, 이제 충전을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인생학교 4기를 모집한다는 공지를 확인하자마자 바로 신청을 했다. 4기는 5월 17일부터 19일까지 신안의 도초도에서 진행하는 일정이었다. 전남 신안군 시목해수욕장의 화창한 풍경은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다.
포항에서 오전 7시 반에 출발해 12시에 목포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했다. 대학교 졸업여행 당시 제주도로 가는 배를 여기서 탔었는데,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점심을 먹을 수 있을까 두리번거리다 보니, 선생님들이 보인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도초도까지 가는 쾌속선 표를 받았다. 가족 단위로, 개인으로 참가한 동기들이 보였지만, 아직은 서먹하다.
"배가 첫 번째로 서는 곳에서 내리세요. 흑산도까지 가시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