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 작가
유명희
은유 작가와의 인터뷰는 시간이 밭았다. 지난 4월 26일. 제주 상상유니브에서 열린 그의 글쓰기 강의 앞뒤로 남는 시간에 우기다시피 진행한 터였다. <쓰기의 말들>, <글쓰기의 최전선> 등 그의 글쓰기 관련 책을 볼 때는 쓴다는 것에 대해 묻고 싶었고,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다가오는 말들> 같은 에세이를 읽을 땐 여자로 산다는 것에 공명하고 싶었다. 인터뷰집 <출판하는 마음>에서는 한 장 한 장에 오래 머물러 마지막 장을 넘기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은유 작가에 대해 알아갈수록 질문하고 싶은 목록은 한없이 길어지기만 했다. 다뤄볼 만한 주제도 많았다. 글쓰기, 직업으로서의 작가, 여성으로서의 삶, 인터뷰 요령 등. 결국 인터뷰 시리즈 취지에 맞게 '여성의 일'에 초점을 맞췄다.
- 에세이, 인터뷰집 등 다양한 책을 내셨고, 글쓰기 강의도 많이 하시는 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직업으로서의 작가로 산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저도 책 인세나 강연으로만 생계비를 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어요. 글쓰기 관련 각종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것도 고작 2~3년 정도 됐고요. 책이 한 권만 나왔을 때는 인세가 얼마 되지 않으니까요. 출간한 책이 쌓이면서 간간이 들어오는 인세가 모이게 되고, 강연하면서 생계비를 보완하게 된 거죠. 제 책이 대중적인 남성 지식인들의 글쓰기 책처럼 '파워'를 가지진 않았어요. 제 독자들은 편집자, 사서, 주부, 국어교사처럼 책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은유 작가는 제주에서 열린 글쓰기 강의에서도 인세로 먹고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설명했다. 1만3000원짜리 책을 팔면 작가에게 남는 돈은 10%인 1300원. 초판 2000부를 다 판다고 해도 260만 원이다. 계약 당시 받는 선인세 100만 원을 제외하면 출간 후 160만 원을 받는다. 일 년 안에 책 한 권을 완성하고 1쇄 정도 팔린다고 가정했을 때, 책으로만 버는 연봉이 260만 원인 셈이다. 글쓰기가 곧 밥벌이를 위한 노동인 그는 어떻게 버티고 있는 걸까.
직업으로서의 작가로 살아남는 팁이 있을까.
"작가라는 직업에도 분야가 많잖아요. 소설가, 시인, 방송 작가, 르포 작가, 자유기고가... 제 경험에 근거해서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논픽션을 쓰는데, 당장은 돈이 안 돼도 계속 썼어요. '너는 어떤 글을 쓰고 싶니', '왜 쓰고 싶니'라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면서요.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간다는 생각이나 작가라는 자의식이나 계획 없이 계속 썼고, 그것이 쌓인 거죠. 내가 쓴 글이 교환가치가 없더라도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계속 쓰는 게 중요해요.
저는 예전에 프리랜서로 대기업 사보 일을 했었어요. 대기업 사보는 글 호흡이 짧아서 뚝딱뚝딱 쓰기가 좋았죠. 생활비는 벌어서 좋은데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감각을 잃을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컸어요. 미담으로 마무리를 해야 하고, 사회구조에 질문하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사보 일로 최소한의 기초생활비를 마련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썼죠. 누가 알아주든 아니든 내가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블로그에 썼죠.
자기가 쓴 글을 공적인 자리에 내보내는 훈련도 중요해요. 자기 안에 갇히는 글쓰기를 하지 않는 거요. 나만 쏟아내고 나만 만족하는 글보다 조금 더 객관적이고 책임감 있는 글쓰기를 하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택한 방법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한 거였어요. (제가 쓴 글이) 몇 번 메인면에 오르고 하니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감각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