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내조가 없었더라면 진작 파산을 했을 거라는 저자 이근후와 그의 아내 이동원. 저나는 배우자를 억지로 이해하려고 하지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조원한다.
이근후
첫째, 우선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을 것
둘째, 배우자를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먼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
셋째, 말투를 조금만 바꿀 것.
저자도 한때 아내가 잔소리하면 "싫어", "몰라", "안 해" 등 이유도 달지 않고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했다고 고백한다. 정신과 전문의로서 남들에게는 그러지 말라고 숱하게 강조했지만, 유독 아내에게만 "싫어"라는 말을 빈번하게 사용했음을 어느 순간에 깨닫게 되었다고 실토한다. 그 후 저자는 이 세 가지 방법을 즉각 적용했다.
아내의 말을 무조건 들어 주자. 아내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자. 그리고 말투를 바꿔보자. 나는 아내에게 "싫어"라는 말 대신 "안 돼요, 왜냐하면"으로 바꿔 말했다. 아내가 나를 쓱 한 번 보더니 이내 잔소리를 줄였다. 온몸으로 거부 의사를 표시해도 안 되던 일이 존중의 태도를 보이니 수월하게 해결됐다. 부부관계는 이토록 오묘하다. (p.163)
나는 병원 로비에 앉아 이 대목을 읽으며 혼자 키득키득 웃었다. 정말 부부간의 관계란 '칼로 물 베기'란 속담이 딱 어울린다. 서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하느냐에 따라 태도가 금방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도 저자처럼 "싫어", "몰라", "안 해" 라는 말을 꽤나 많이 사용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앞으로는 나도 저자처럼 아내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아내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말투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무조건 감사하라
저자는 아내가 있기에 지금 내가 있고, 내가 있기에 지금 아내가 있다고 전한다. 저자는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세가 기운 뒤 매우 가난하게 살아왔다. 그런 데다 대학교 때 4.19 혁명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감옥 생활을 한 뒤 '전과자'라는 딱지가 붙어 취직도 쉽지가 않았다.
형편이 너무 어려워 단칸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고, 신혼여행은 텐트를 짊어지고 산으로 떠났다. 지독한 생활고에도 저자의 아내는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면서 네 아이를 키워냈다. 저자는 그런 아내의 눈물겨운 인내와 보살핌이 없었다면 진작에 파산하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회상한다.
아내는 그렇게 부족한 남편과 왜 60년이나 살았을까? 저자는 6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연애편지를 쓰던 청년의 심정으로 돌아간 듯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어떠한 경우라도 지금까지 살아준 배우자에게 무조건 감사하라고 조언한다.
이 밖에도 책에는 정신과 전문의로서 50년간 15만 명이 넘는 환자들을 돌보고 학생들을 가르쳤던 경험이 담겨 있다. 노학자의 통찰력으로 꿰뚫어 본 솔직하고 유쾌한 40가지의 철학적인 메시지가 백미다. 아흔을 목전에 둔 노학자는 교수도 의사도 아닌 그냥 할아버지 이근후로 살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지침이 될 만한 메시지를 유언처럼 전한다. 과거에 대한 부질없는 후회나, 피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히지 말고, 지금 여기에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을 마음껏 찾아보라고. 그리고 '야금야금' 사소한 기쁨을 잊지 않는 한 절대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어차피 살 거라면,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이근후 (지은이),
메이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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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고 병드는 몸에 지친 당신을 일으켜 세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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