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깨어 있는 시민들의 릴레이 국토대장정. 노무현 순례길5월 1일 광화문 광장에서 5월 22일 경남 봉하마을까지, 22일간 5마디 22구간 490.4㎞의 깨어있는 시민들의 릴레이 국토대장정이 진행됐다.
이성진
2009년 5월 23일 제16대 대통령 노무현이 세상을 떠나던 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왜 끝까지 버티지 못했습니까. 못된 인간들은 잘도 버티던데' 충격과 좌절이 공포로 이어졌다. 10년 전 나는 '당신마저 떠나가면 누가 세상을 일으켜 세우죠'라며 분개했다.
10년이 지난 2019년 5월 "우리와 우리의 자손은 '사람 사는 세상'을 누려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는 국토대행진 18일차 18구간에서 만난 50대 중반 한 순례자의 울림은 나의 갈증을 충족하고도 남는다.
"그냥 좋아요"라며 부모의 손을 잡고 종종 걸음으로 대열을 따르는 초등생,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분인지 잘 모르지만 많은 이들이 존경하는 것으로 알아요. 이렇게 함께 걸으니 좋습니다"는 중등생, "노통을 존경했던 한 사람으로서 우연히 정보를 접해 참여했습니다. 사실 수십 km를 걸어보기는 처음입니다"라는 40대, "거대한 장벽과 맞서 치열한 삶을 살다간 그분을 되돌아보며 제 삶을 재구성해 보려고 합니다"는 50대, "후회 없는 좀 더 나은,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생각을 좀 하고 싶습니다"는 60대 등.
설렘으로 첫 길을 걸었던 4, 5구간에서의 여운은 수일 후 또 다시 순례길에 오르게 나를 재촉한다. 걸으며 생각해야 할 더 많은 것이 남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