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위치한 고산마을 '맥그로드 간즈'
조윤진
찌는 듯한 여름에도 시원하고 청량한 날씨 덕에 4, 5월이 되면 해외 여행객들뿐만 아니라 인도인들도 이곳으로 몰린다. 수도와도 그리 멀지 않아 주말여행을 오는 사람들도 많다. '12시간 버스 타는데 뭐가 안 멀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인도 여행에서 이 정도는 기본이다. 하지만 이들이 이곳 맥그로드 간즈를 찾는 것은 비단 날씨뿐만이 아니다. 티베트 망명 정부와 수많은 망명민들이 정착한 이 마을에선 인도와는 또 다른 티베트만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낯설지만 어딘가 친숙한 티베트 전통 음식
인도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 한식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중에서도 제일 그리운 것은 얼큰하고 담백한 국물, 기름지지 않은 음식이다. 인도에선 국물 요리나 향신료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더운 날씨 탓인지 튀긴 음식이 많이 발달하기도 해서 사실 여행을 하며 먹거리에 적응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그렇게 메모장에 '가장 먹고 싶은 음식 : 김치찌개'를 써둔 차, 맥그로드 간즈에 도착해 맛본 티베트 음식은 그 메모가 생각나지 않게 했다. 한식과 같진 않지만 비슷한 점이 많은, 독특한 티베트 전통 음식 덕이다.
그중에서도 제일 대표적인 음식은 뚝바와 땐뚝, 라핑, 모모다. 칼국수 같은 면과 각종 야채, 고기를 넣어 만든 뚝바는 깔끔하고 담백한 국물을 자랑한다. 채식주의자는 육수가 들어가는 것이 보통인 국물 요리를 먹기 쉽지 않은데, 이곳에는 어디에나 채식주의자를 위한 야채 뚝바가 있으니 안심이다.
고춧가루와 비슷한 소스가 항상 옆에 있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얼큰하게도 먹을 수 있다. 날이 조금 쌀쌀한 날, 뚝바를 주문해 뜨겁고 부드러운 국물과 함께 면을 먹다가 반쯤 먹어갈 때쯤 한쪽에 고명을 풀어 넣어 칼칼하게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기다란 국수가 조금 질린다면 수제비 버전인 '땐뚝'을, 국물 없이 조금 가볍게 먹고 싶다면 볶음면 버전인 '초우멘'을 시키면 좋다(물론 볶음밥도 있다). 그래서 한 그릇에 얼마 정도냐고? 보통 뚝바 한 그릇이 100~150루피이니 한화 1500~2000원이면 한 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