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선고최종적으로 판결 선고를 하는 모습이다. 모의법정이기는 하지만, 어떤 것도 이 법정 안의 공기를 흩어버릴 수는 없었다. 피고인은 자신에게 내려진 판결에 대해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아! 왜 폭력을 행사했을까' 하고, 피고인은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이 모의법정에서 피고인은 아직 학생인 점을 감안하여 500만 원의 벌금 납부와 사회봉사활동 및 폭력재발방지 프로그램 교육 이수 등의 의무를 지게 되었다. 폭행 정도가 심하지 않아서 감옥에 가는 일까지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다시는 폭력을 행사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되겠다는 고백을 피고인으로부터 받아냈다. 판사님들은 판결 선고를 하고 난 후 '땅땅땅' 판사봉을 세 번 두드리는 것으로 모의법정의 모든 과정을 종결했다. 법과 질서의 권위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김승일
쥐어뜯겨 빠진 머리칼처럼
저들도 한 올 한 올
혼자 다니기 시작하는 때가 오는 것이다
- 시집 <프로메테우스>, '마그덴부르크의 저녁' 부분
학생들이 때론 외로워져도, 학생들이 저마다 혼자라도, 학생들이 더 멀리 걸어갈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는 내 수업을 더 많이 수정하고 보완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누구나 인생에서 혼자가 될 수 있다. 누군가로부터 배신을 당할 수도 있다. 놀림과 조롱과 괴롭힘 가운데 처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학생들에게 가르쳐주고 싶다.
우리가 혼자라고 해서 영영 혼자인 것은 아니다. 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는, 언제든 더 큰 '우리'가 될 수 있다. 나는 학생들이 한 개인으로서, 또는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불의에 항거하는 올바른 저항 정신을 갖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더 나은 것들이 필요하다는 의식을 '지금-학교'에 불어넣는 주체는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대처법에 관한 책 출판은 자연스럽게 무산되었다. 그러나 그 무산됨은 나에게 양분이 되었다. 시인 선생으로서 한 시절을 살아가게 할 질문이 되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최근에 한 것 같다. 정작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법률 지식으로 도배된, 그런 책 한 권이 아닐 것이다.
법률 지식만을 전하고 말 그런 책의 자리에, 어떤 진정성이 먼저 도착해 있었으면 한다. 법적 진흙탕 싸움에 학생들을 끌고 들어가는 일은 어른들이 할 일이 아니다. 사법적인 처리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들도 조금 더 학생 편에서 학생의 미래를 생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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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이 없는 학교를 소망합니다. 제 첫 시집 『프로메테우스』를 학교에서 낭독합니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피해학생들을 치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강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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