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 군사분계선 사이에 두고 첫만남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2018녀 4월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첫 만남을 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늦봄이 김일성 주석과 두 차례 토의한 내용을 정리하여 허담 조평통 위원장과 함께 발표한 것이 바로 '4.2공동성명'이다. 그리고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한 역사적 합의가 '4.27 판문점선언'이다. 30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대화라는 '가치'와 진정성이라는 '철학'적 측면에서 볼 때 두 합의는 놀라울 만큼 닮아있다.
'4.2공동성명'의 머리에는 '겨레의 거세 찬 통일열망을 바탕으로 (늦봄이) 평양행에 올라 회동하였다'고 되어 있다. '4.27 판문점선언'에는 '평화와 번영, 통일을 염원하는 온 겨레의 한결같은 지향을 담아 판문점에서 회동'하였다며 두 회동 모두 겨레의 갈망이란 같은 '출발점'에서 나왔음 명시하고 있다.
또, '4.2 공동성명'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남한의 민간 지도자가 분단을 넘어 평양을 방문'하였다고 그 의미를 부여했는데, '4.27 판문점선언'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의 지도자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판문점에 내려'왔다며 같은 맥락의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닮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남북은 '4.2 공동성명'에 "통일이냐, 영구분열이냐의 갈림길에 있는 우리 민족에게 민족적 단합을 촉진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고 쌍방의 접촉과 교류의 길을 터놓는 선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지"를 담는다.
마찬가지로 '4.27 판문점선언'에서는 "양 정상은 냉전의 산물인 오랜 분단과 대결을 하루 빨리 종식시키고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과감하게 열어나가며 남북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담았다고 되어있다. 적어도 두 선언은 같은 '의지'로 똘똘 뭉쳐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로의 '진정성'을 보려고 노력하다
그러나 역사적 유사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늦봄과 문 대통령이 불편한 상대와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진정성'의 덕목이다. 이 덕목은 일방의 것이 아니라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즉, 서로의 진정성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89년의 평양과 2018년의 판문점의 풍경은 정확히 하나로 겹친다.
늦봄이 방북한 목적은 "남한 정부와 국민의 통일 열망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여 김일성 주석의 마음의 신뢰를 얻고,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여 이를 남한 민중에게 전달함으로써 북한의 정치적 의도에 대한 남한의 불신을 극복하려는 것"이었다. 그래서 늦봄은 방북 전 과정에서 '솔직한 대화'를 통해 진심을 전하고, 나아가 김일성 주석을 '설득'하는데 주력하였다.
그는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에 대해 그 실현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는 점을 설득하여 김일성 주석으로 하여금 이북의 통일방안을 "단꺼번에 할 수도 있고 단계적으로 할 수 있다"로 바꾸도록 만들었다.
또, 정치‧군사적 문제가 우선 해결되어야 한다는 이북식 접근법에 대해 "민중을 믿고 다방면에 걸쳐 교류를 함으로써 당국이 정치‧군사회담에 나설 수 있도록 하자"고 설득하여 마침내 '정치·군사회담과 경제·문화교류의 병행'이라는 역사적 동의를 얻어냈다.
지금이야 6.15 공동선언, 10.4 선언을 거쳐 이 접근방식이 당연한 것이지만 당시 만해도 이런 동의는 결코 쉽지 않은 것이었다. 진심이 통하여 마음을 바꾼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늦봄의 주장에 단호한 거부도 있었고, 설득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늦봄은 포기하지 않고 진심으로 김일성 주석과 이북의 지도자들을 설득하였다.
그런데, 인내심을 가지고 설득하여 근본적 신뢰를 형성하는 방식은 문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만나기 전부터 힘든 '설득'의 과제가 안겨져 있었다. 바로 '한반도 비핵화' 문제였다.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비핵화'는 결코 의제가 될 수 없었다. 이북은 일관되게 '비핵화' 문제는 북미간의 문제임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문점회담을 앞두고 국내 여론은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 성패를 가름한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었다.
아마도 늦봄이 방북을 결단하면서 느꼈을 부담감과 마찬가지로 판문점으로 향하는 문 대통령의 심장도 매우 빠르게 뛰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진심을 늘 통하는 법이며 남북관계에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판문점선언을 통해 남북의 정상은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합의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의 주인이 우리 민족임을 분명히 했다.
"남한은 진정 통일을 원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