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충남도당 사무실에서 만난 임푸른 위원장.
이재환
-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인식하게 된 게 언제인가?
"스물 대여섯 살 쯤 이다. 대학 졸업 후, 여자 친구를 사귀고 있었다. 여자 친구도 나를 소위 여성적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여자 친구가 나에게 여자 옷을 한번 입어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했다. 그때 처음 여자 옷을 입어 봤는데 잘 어울렸다. 당시에는 나의 정체성이 여성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성의 복장을 즐기는 크로스 드레서 정도로 생각했다.
직장에 나갈 때는 남자 옷을 입고, 그 외의 여가 시간은 여자 옷을 입고 활동했다. 그러다가 트랜스섹슈얼 커뮤니티에서도 활동했다. 점차 내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커뮤니티에서는 수술을 하지 않는 트랜스 젠더 정도로만 밝히고 활동했다. 나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트랜스젠더와는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젠더 퀴어(중성적·양성적 젠더 정체성)라고 보면 된다."
- 성소수자란 사실을 가족들에게 처음 알렸을 때 어떤 반응을 보였나.
커밍아웃한 순서는 친구들, 주변의 믿을 만한 지인, 그 다음으로 남동생에게 말했다. 스물아홉살 무렵, 마지막으로 부모님에게 알렸다. 부모님에게는 직접 말하지 못하고 편지를 남기고 가출 했다. 한동안 부모님과 연도 끊고 살았다. 나중에 들어 보니 아버지가 내 편지를 불 태웠다고 했다.
물론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다. 아버지 세대의 경우, 사회적으로 아무리 진보적이라고 해도 가정에서는 보수적인 경우가 많다. 아버지는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살아 왔다.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아버지는 날 받아 들이지 않고 있다. 본가에 갈 때는 치마를 입지 않는다."
- 성소수자들이 일상에서 겪는 차별이 많다고 들었다. 어떤 때 주로 차별을 느끼나.
"생활 전반에서 차별을 당한다. 특히 트랜스젠더 같은 경우에는 지정 받은 성별과 성별 표현이 다르다. 그에 따른 차별이 크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성별을 드러내야 할 때가 많다. 취업을 할 때도 주민번호를 써야하고 여성인지 남성인지를 드러내야 한다.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청소년이나 20대 초반의 트랜스섹슈얼 같은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 집에서 나오더라도 갈 곳이 없다. 쉼터는 트랜스섹슈얼(성소수자)들이 이용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남성과 여성, 양성의 분리 공간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트랜스섹슈얼들을 여성과 남성 공간, 그 어느 쪽으로 갈수가 없다. 트랜스섹슈얼들은 공적서비스나 사회 안전망 안으로 들어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 성소수자임이 강제로 알려지는 '아웃팅' 문제도 심각한 것 같다.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는 사례도 많다고 들었다.
"특히 시골은 커뮤니티가 매우 좁다. 커밍아웃할 경우 마을 전체에 알려지게 된다. 커밍아웃하는 것 자체가 아웃팅이 되는 상황이다. 물론 도심권도 안전하지는 않다. 가정 내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흔하다. 어떤 형태로든 친척이나 지인에게 알려지게 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어쩔 수없이 타 지역으로 생활 기반을 옮겨야 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취업도 어렵지만 취업을 하더라도 아웃팅의 위험을 계속 안고 살아야 한다.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알려 질까봐 갑질을 견뎌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일상적 차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알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