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석대입석대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봄에는 진달래 등과 어울려 그 장엄함을 은근히 뽐내고 늦가을, 겨울에는 상고대가 하얗게 피어난다.
문운주
지난 11일, 무등산 정상을 개방하는 날이다. 아침 8시 광주를 출발했다. 화순 '들국화마을'을 통해 오르기로 했다. 틀에 박힌 코스를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가보는 것도 산행의 맛이다. 무등산은 광주, 화순, 담양에 걸쳐 있는 국립공원이다.
제주, 청송에 이어 2018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았다. 무등산 정상 3봉(천·지·인왕봉)과 서석대·입석대 등 지질 명소 20개소, 죽녹원·아시아문화전당 등 역사 문화 명소 42개소가 이에 속한다. 도심에서 가까이 있어 언제나 찾을 수 있는 포근한 산이다.
젊은 시절 더위를 피해 증심사, 산장 등 계곡을 자주 찾았다. 힘들거나 휴식이 필요할 때도 중머리재, 바람재 등을 가볍게 다녀오곤 했다. 80년대 암울한 시기에는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꼭두새벽 아이들을 데리고 산에 올랐다.
들국화마을에서 장불재와 안양산 갈림길까지의 0.8 km 구간은 나무그늘이 이어지는 숲길이다. 산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신다. 그놈의 미세먼지, 마스크, 플라스틱...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풀 내음, 흙 내음, 새소리 이런 자연의 선물을 잊고 살았다.
헐떡이는 심장의 박동소리를 들으며 한걸음 한걸음 발을 내딛는다. 무릎이 시큰거리고 온몸에 땀이 비 오듯 흐른다. 더위 탓인가, 세월 탓인가.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산행이 힘들다. 산이 높아진 것은 아닐 테고... 힘들게 오르지 않으면 정상에 오른들 무슨 보람이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