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에 성별은 없다> 카드뉴스 中
한국여성노동자회
현재 A씨는 주41시간 근로를 하며 월160만 원 기본급에 식대 10만 원을 받는다. 임금명세서는 별도로 없다.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160만 원은 통장에 입금되며 식대는 현금으로 받는다. 이는 최저임금 위반이지 않냐고 물었더니, 아마 4대보험 본인부담금을 병원이 대신 납부해주고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보다는 많을 거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과연 해당 병원이 4대보험 본인부담금을 제대로 납부하고 있을까? 확인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나마 작년부터 최저임금 문제가 계속 뉴스에 나오면서 10만 원 인상된 거예요. 같이 일하는 동료뿐 아니라 일자리를 구하는 간호조무사 대다수가 최저임금 이상을 기대하지 않아요. '최저임금=간호조무사 임금'이라는 현실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최저임금 이야기가 나오자 A씨는 약간 흥분해 말을 이어갔다.
"최저임금도 얼마나 힘들게 받는지 몰라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병원 직원들 간에 기대감이 생겼어요. 최저임금은 지켜서 주겠지, 싶었죠. 그런데 뉴스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병원에서는 언급이 전혀 없는 거예요. 보건복지부며, 세무서 같은 데서 최저임금 안내 공문이 도착하고, 직원들은 서로 누가 원장실에 이를 전달하느냐를 고민하고, 누가 어떻게 말을 꺼낼지 논의하는 자리가 만들어지기도 했어요. 이 스트레스가 한참 이어졌죠"
최저임금이 오르면 임금인상은 당연한 것임에도, 원장은 직원 개별 면담 후 각자 비밀스럽게 임금을 인상해주는 방식으로 직원들 간 위화감을 조성해 통제하고 길들이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혼자 원장실에 불려가 임금인상을 약속받고 나니, '혹시 동료는 나보다 먼저 임금인상을 받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올려 받은 임금이 월 160이다. 하지만 2019년 최저임금은 월 1,745,150원. 여기에 월 10만 원 별도로 지급되는 중식비가 있다지만, 이마저도 원장실에서 직접 현금으로 주며 생색을 내는 것이 매달 벌어지는 일이다
임금을 고착화하는 '물경력' 만드는 분위기
"4년 차에 접어들면서 알게 됐죠. 간호조무사 수요가 많은 편이라 상대적으로 취업이 쉽게 된다는 장점은 분명히 있지만, 제가 기대했던 것처럼 독립생활을 보장해주지는 못해요. 아마 대다수 간호조무사 임금 = 최저임금일 거예요. 채용정보 서치 잠시만 해봐도 알 수 있어요. 1년차 때는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에 저임금에 대한 고민이 깊지 않았어요. 그런데 몇 번 이직하면서 깨달았어요. 제가 최저임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걸요."
간호조무사의 저임금을 고착화시키는 데에는 경력 및 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분위기도 한몫한다. 혈관주사(IV) 가능 여부가 채용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채용공고를 살펴보면 IV 가능자를 '환영'하거나 '우대'하고 있음), 더 높은 임금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간혹 혈관주사 시행 횟수에 따라 인센티브를 별도로 지급하는 병원이 있기는 하지만, 인센티브를 지급한다고 해도 기본급이 최저임금 수준인 건 매한가지이다.
또한 이전 병원에서 경력 및 능력을 인정했다고 해도, 다음에 이직한 병원에서는 인정해주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10인 미만, 5인 미만 규모의 병원은 간호조무사 채용시 경력과 근속 인정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저 운이 좋아 인심 좋은 병원장을 만나기를 기대해야 하는 현실이다.
"간호조무사협회에서 보수교육을 하라고 연락이 와요. 당연히 유료고, 대면교육이 많아요. 돈과 시간을 들여서 해야 하는데, 보수교육을 이수했느냐 아니냐가 채용이나 임금에 미치는 영향이 없으니 누가 적극적으로 하겠어요? 능력을 키우고 커리어를 쌓아도 돌아오는 게 없잖아요?"
A씨는 서울에 있는 병원일수록(병원 규모가 클수록), 특정 과(피부과 등)에 취업하면 좀 더 높은 임금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경우 역시 그만큼 근무시간이 긴 편이라 결국은 최저임금인 셈이라고 한다. 현직 간호조무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믿기지가 않았다. 혹시 몇몇의 상황과 경험이 과장되어 전달되는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
나는 내가 벌어 먹고 살아야 하는데?
그러나 전국 간호조무사 58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8년 간호조무사 임금·근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7.5%의 간호조무사가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34.4%는 최저임금 수준으로 지급받고 있었다. 이 조사 결과에서 임금에 근무 경력이 산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도 확인됐다.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간호조무사의 47%가 최저임금 이하의 보수를 받고 있다고 답했고, 현 사업장 근속기간 10년 이상 간호조무사 중 37.1%는 경력과 근속이 임금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