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카타역의 에끼벤토하카타역에서 에끼벤토를 사자고 말했지만, 엄마는 직접 도시락을 싸겠다고 하신다. 엄마는 일본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도시락을 직접 싸셨다.
최정선
우미노나카미치 해변공원에서 온종일 보낼 요량으로 하카타역에서 에끼벤토(駅弁当)를 사자고 말했지만, 엄마는 직접 도시락을 싸겠다고 하신다. 도시락을 위한 초밥용 유부를 텐진의 아뮤플라자(アミュプラザ)까지 가서 직접 고르는 정성까지 보여주셨다.
그 과정에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올 1월에 여동생과 와본 터라, 후쿠오카 도심에 대해 자신이 있으셨던 것 같다. 여정을 마치고 호텔에 들어와 간편한 차림으로 텐진까지 걸어가자고 하신다. 하카타에서 텐진까지 100엔 버스 타면 되는데 굳이 걸을 필요 없다고 말했지만, 엄마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는 법. 내 의견을 어필하면 언쟁이 시작될 건 뻔한 일이다.
슬슬 운동 삼아 걸어 가보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나가스까지 와 '왜 이리 멀어!' 하시며 투덜대신다. '예상했던 일이 왔구나!' 싶었다. 그래도 어쩌리. '엄마가 주장해서 왔잖아'라는 말을 하는 순간 다툼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게 아뮤플라자의 식품코너에서 사각형 유부를 쌌다. 돌아올 때는 잊지 않고 100엔 버스에 탑승했다.
이른 새벽 자명종이 울리자 엄마가 벌떡 일어나신다. 한국에서 가져온 즉석 밥인 '햇반'을 풀어 일일이 비닐에 담아 커피포트에 데우셨다. 밥이 부들부들해지자 김치, 멸치, 김을 넣고 버무려 재빨리 유부에 넣어 도시락 하나를 금세 만드셨다.
눈시울이 찔끔했다. 엄마에겐 표를 내지 않았지만 늘 우리들을 위해 챙기고 헌신하시는 모습이 마음 아팠다. 여행 와서까지 꼭 그럴 필요 없는데... 엄마는 일본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도시락을 직접 싸셨다.
아침 일찍 하카타 역으로 서둘러 갔다. 역무원에게 미리 구매한 '후쿠오카 시티 패스'와 함께 종이를 보여 줬다.
'香椎駅はどこですか'
역무원은 손가락으로 2번 플랫폼을 가리키며 브이를 그렸다. 첫날 구마모토 출발 탑승 플랫폼을 못 찾아 열차를 두 대나 놓친 경험이 있다. 같은 실수를 안 하고자 안되는 일본어로 손짓, 발짓하며 물어봐야 안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