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노동자상(모형)과 건립을 추진하는 사람들왼쪽부터 이대식 본부장(민주노총 대전본부), 오광영 시의원(대전시의원), 김용우 상임대표(평화나비 대전행동), 김용복 본부장(한국노총 대전본부)
김병준
아버지의 분노가 그에게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강제징용에 대한 사과는커녕 인정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일본. 그리고 이러한 일본과 10억엔에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했던 박근혜 정부, 김종필을 통해 청구권 문제를 모두 일축시켰던 박정희 정부 등 우리 정부의 대처에도 문제가 많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갱도를 파는 일을 하셨다던 아버지의 모습이 바로 강제징용 노동자상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갱도 안에 들어가 망치와 정, 그리고 곡괭이를 가지고 갱도를 파셨다는 아버지. 깡마르다 못해 갈비뼈가 다 드러날 정도의 모습. 곡괭이를 한손에 들고 눈부신 듯 다른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는 노동자상은 갱도에서 일하다 나오신 바로 우리 아버지의 모습일 것입니다."
소금 묻힌 주먹밥 하나와 짜디 짠 단무지 반개로 한끼 식사를 때우셨다고 고백하시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그가 눈물끼 가득 내뱉듯이 이야기한다.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으로 피해를 당한 이 땅의 수많은 아버지, 할아버지의 모습이 바로 강제징용노동자상의 모습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들을 잊지 못하고,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되는 이유는 그들이 바로 우리의 선배 노동자들이고, 아버지이고,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오는 8월 15일, 시청 북문 앞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바로 그 곳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세울 것입니다. 우리가 역사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며, 우리의 후대들이 다시는 이러한 일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우리의 결심입니다. 시민 여러분 관심 가지고 동참해 주십시오. 여러분이 함께 해주셔야 가능합니다."
노동자상을 준비하며 시민들에게 부탁드린다는 그의 마음이다. 그에게 있어 노동자상 건립은 아버지에 대한 위로이며, 다시는 일제강점기와 같은 치욕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심이다. 그리고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우리 역사를 기억하겠다는 다짐이다.
오는 8월 15일,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대전시청 북문 앞 평화공원(보라매근린공원)에는 한국노총 대전본부 김용복 본부장의 아버지의 모습을 꼭 닮은, 그 시절 강제징용으로 고통당했던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을 꼭 닮은 노동자상이 세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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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노동자상은 바로 우리 아버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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