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km를 내딛는 녹색순례단
녹색연합
오늘은 30km다. 순례단이 걷는 동안 지원팀은 다시 이어질 하루를 준비한다. 숙소를 확인하고, 저녁 찬거리를 다듬고 그렇게 순례단의 하루를 여닫는다.
동호항에선 위도가 내다보인다. 전라북도 섬 중 가장 넓은 곳, 뻑적지근한 조기 파시로 옛 영화를 품은 곳, 계유정난에 살아남은 김종서의 유일한 혈육 하나가 숨어 살던 곳 그 위도를 바라보며 걸음을 멈춘다. 위도와 육지 사이의 바다를 '칠산어장'이라 부른다. 위도의 조기 파시가 유명한 것은 이 칠산어장이 조기를 가득 담고 있어서였다. 조기를 소금에 절여 말린 굴비, 그 굴비 중 으뜸으로 치는 '영광 굴비'가 여기서 난다. 과거 위도는 행정구역상 영광군에 속했다. '파시'가 진 위도의 위세는 한풀 꺾였지만, 지금도 격포항서 출발하는 여객선은 제법 붐빈다.
오후 6시가 되어서 동호항에 이른 순례단을 맞았다. 차라면 시속 60km로 30분 내달렸을 길을 순례단은 발바닥 물집을 피우며 종일토록 걸었다. 오후 7시 20분, 동호항서 해지는 시간이다. 낙조는 어김없이 아름답다. 하지만 우리 여정도 지는 해와 같지는 않을까. 순례를 시작한 이래 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 그리고 남김없이 묻어버린 갯벌을 두고 떨치지 못하는 단상이다. 행여 지금 인류가 향하는 것이 낙조와 닮지는 않았을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