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콘 군상(우피치 미술관) 프랑스에 선물하기 위해 만든 복제품이다. 미켈란젤로의 의견에 따라 오른팔이 굽어져 있다. 로마 바티칸에 있는 진품은 오른팔이 확실하게 뒤로 접혀 있다.
박기철
라오콘 군상은 발견됐을 때부터 위작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현시대에도 위에서 언급한 최연욱을 비롯해 여러 전문가들이 라오콘 군상은 미켈란젤로의 위작이라고 주장한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우선, 발견 당시 라오콘의 오른팔이 없는 상태이긴 했지만 세월에 비해 상태가 너무 깨끗했다. 그리고 플리니우스가 라오콘 군상의 작가로 언급한 세 명은 로도스 섬 출신이다. 지금의 터키 인근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어떻게 로마 땅 속에 발견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표현 방식이 미켈란젤로와 매우 흡사하며, 대리석의 재질 역시 미켈란젤로가 예전에 구입했던 것과 유사했다. 그리고 라오콘의 오른팔을 복원하기 위한 회의에서 다른 전문가들은 팔을 하늘 위로 뻗은 형태일 것이라고 했지만, 미켈란젤로만 머리 뒤로 접힌 모양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1906년, 최초 발견 장소 인근 공사장에서 오른팔이 발견된다. 놀랍게도 미켈란젤로의 주장과 정확히 일치했다. 그래서 미켈란젤로가 오른팔의 모습을 정확히 알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이 작품의 진짜 작가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다. 라오콘 군상은 네로 황제 시절에 로마로 가져온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켈란젤로에게는 위작할 이유가 없었다. 보통 위작의 이유는 돈인데, 당시 미켈란젤로는 이미 최고의 몸값을 자랑했다. 그리고 밀려드는 주문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라오콘 군상은 그 정교함이나 크기로 봐서 단기간에 만들 수가 없는데, 미켈란젤로에게는 그만한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미켈란젤로가 오른팔의 모습을 정확히 예측한 것은 신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그의 탁월한 천재성과 상상력의 결과이지 위작의 근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들도 있다. 과연 이 조각상이 '플리니우스가 언급한 그 라오콘 군상이 맞는가'라는 것이다. 이 작품에 라오콘 군상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최초 발견 당시 미켈란젤로와 함께 현장에 갔던 줄리아노가 "라오콘이다"라고 외쳤기 때문이다.
또한 플리니우스는 청동상이라고 했는데, 이 작품은 대리석이다. 그래서 원본 청동상을 따라 만든 복제품으로 추측한다. 하지만 이 역시 플리니우스의 기록에 끼워 맞추기 위한 가설일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플리니우스가 말한 라오콘이라는 근거가 없기 때문에 제작 시기와 작가 등에 대한 논쟁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주장이다.
과연 이 작품의 진실은 무엇일까? 결국 이 논쟁은 작품을 감상하는 우리들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참고서적]
조반니 파피니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정진국 옮김, 글항아리)
안톤 질 <미켈란젤로> (이명혜 옮김, 생각의나무)
최연욱 <위작의 미술사> (생각정거장)
리사 맥게리 <이탈리아의 꽃 피렌체> (강혜정 옮김, 중앙북스)
김혜경 <인류의 꽃이 된 도시 피렌체> 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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