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화려한 꽃들이 즐비한 박람회에 개인 자격으로 작은 공간을 할애 받아 ‘할미꽃의 비밀’이라는 주제로 작품을 출품했다.
조원
박람회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우리나라 자생 꽃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재배가 까다로운 할미꽃을 좀 더 많은 곳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친근한 꽃으로 소개하고자 함이었다.
멋지고 화려한 외래꽃의 향연 속에서도 할미꽃들은 고개 숙인 모습과 달리 기죽지 않았다. 꽃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도 있었지만 할미꽃이라는 희소성이 관람객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큰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예전에는 흔했던 할미꽃이 왜 보기 드문 꽃이 되었을까?'
비슷한 시기에 볼 수 있는 민들레는 전시장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 있고 지속적으로 그 서식지를 넓혀가고 있는데 '왜 할미꽃은 점점 보기가 어려워지고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생겨 두 식물의 특성을 비교해 보았다.
우선 할미꽃을 보기가 힘들어진 가장 큰 이유는 울창한 숲 등 그늘진 서식지가 많아진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할미꽃과 민들레 둘 다 햇볕을 좋아하고 뿌리를 깊이 내리는 여러해살이의 대표적인 봄꽃이다. 씨앗을 깃털에 실어 바람의 힘을 이용해 날려 보내는 것도 서로 비슷하다. 하지만 두 식물에는 특징적인 차이가 있다.
미나리아재비과인 할미꽃은 식물체 내에 독성을 지니고 있어 초식동물들이 애써 찾지 않는다. 그런 반면 국화과인 민들레는 독성이 없어서 동물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꽃 피는 습성에도 차이가 있다. 할미꽃은 고개를 숙여 꽃을 피우는데 그 이유는 꽃가루받이(수분)와 연관이 깊다. 할미꽃은 고개를 숙임으로써 암술을 수술 아래쪽에 위치하게 하여 중력과 바람의 힘으로 제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지게 하고, 수정한 뒤에는 고개를 들고 씨앗을 바람의 힘으로 날려 종자를 퍼트린다.
반면에 민들레는 꽃이 하늘을 향해 피어, 고개를 숙이고 다시 펴는 할미꽃과 달리 복잡함을 단순화하고, 꿀샘에 꿀을 담아 벌과 나비를 불러들인다. 즉, 다른 개체의 꽃가루를 이용하는 충매화로 딴꽃가루받이(타가수분)로 주변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잡종강세를 이루어 변화에 적응하는 진화로 유전적 이득을 보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