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당 8경이 처음 등장한 조선 후기 학자 위세직의 '금당별곡'
완도신문
'금당별곡'의 내용은 배로 금당도와 만화도를 유람하면서 느끼고 생각한 감정을 서경적으로 읊은 일종의 기행가사이다. 문학평론가들은 이 작품의 영향 관계를 따지면서 정철의 '관동별곡'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창작되어진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기봉의 '관서별곡'은 정철의 '관동별곡'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고, '관동별곡'은 '금당별곡'에 영향을 준 것이기 때문에, 결국 '금당별곡'은 '관서별곡'의 간접적 영향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런데 기봉과 송강의 가사가 북방의 승경을 노래한 기행가사라고 한다면, 이 작품은 남방의 해양 도서 지방의 승경을 노래한 가사라는 점이 특이하다.
이 '금당별곡' 내에 '금당 8경'이 나오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경은 공산제월(孔山霽月)로 맑게 갠 하늘에 뜬 밝은 달을 가리킨다.
"둥근 보름달이 공산 위에 걸쳐 사방을 가득 실은 달빛 아래 유림들의 도를 닦은 공부자의 담화를 이루었던 것이 공산제월이 아니냐."
2경은 사동효종, 성산효종(寺洞曉鐘, 聖山曉鐘)으로 이른 새벽에 들려오는 절의 소리다.
명산인 일명 '복개산' 기슭에 자리 잡은 절골에서 불경을 시도하는 새벽 종소리가 적막을 깨뜨리며 맑은 정신을 깃들게 한 것에 대한 감탄이다.
3경은 기봉세우(箕峯細雨)로 비에 젖어 삿갓 모양의 봉우리 같은 아름다운 나무군락 이름이다.
세포리 목섬 금당적벽의 깎아지른 기암 사이에 갖가지 형태의 아름다운 나무들 군락이 수평선에 내린 세우와 안개 위에 떠 있는 모습은 흡사 비에 삿갓 모양의 봉우리처럼 어찌 아름답지 않으랴.
4경은 울포귀범(鬱浦歸帆)으로 율포로 들어오는 만성의 돛단배의 모습이다.
양편 기슭으로 울창한 노송도 아름다운데 한갓 비견도가 앞에 가로놓여 작은 호수를 이루고 돌아오는 황포돛배가 떠 있는 모습은 물수반 위에 놓은 꽃봉오리처럼 아름답기도 하다.
5경은 적벽청풍, 교암청풍(赤壁淸風, 轎岩淸風)으로 가마바위로 불어오는 청아한 바람이다.
세포리 포안 입구엔 가마바위가 위치하고 있어 맑고 시원한 바람이 끊이지 않고 오고 간 배 손님의 마음을 시원하게 씻어주고 그 옆으로 늘어선 기암절벽은 해상 절경을 자랑한다.
6경은 화도모운(花島暮雲)으로 한 덩이 구름처럼 떠가는 진달래 꽃동산 같은 작은 섬의 모습을 비유한 것이다.
분홍꽃 진달래가 한창이면 작은 섬이 온통 꽃동산처럼 아름다운데 잔잔한 수면의 은색 비단 위에 덩실덩실 떠 있는 모습은 둥실 떠가는 한 덩이 구름과 같은 곳으로 표현된다.
7경은 학령낙조(鶴嶺落照)로 황금빛 저녁놀이 비단처럼 깔린 해상의 곱디 고운 자태다.
고요히 저물어간 해상은 잔잔한데 해는 재 넘어 바닷속에 잠겨 가고 황금빛 저녁노을이 비단처럼 깔려 있음에 감탄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쏘냐.
8경은 각암목적(角岩牧笛)으로 뿔바위 위로 들려오는 초동의 피리소리다.
봉동리 뒷산 뿔바위에 나무 하고 소 먹이는 초목동들이 올라앉아 버들줄기를 꺾어 만든 통피리 자유곡은 봄소식을 알려오고 농촌의 한가로운 한 장의 정경을 보여준다.
이 팔경(八景)이란 것은 중국의 '소상팔경도'에서 유래하였는데, 중국 호남성 소수와 상강이 만나는 동정호 남쪽 주변의 절경을 8폭 그림으로 묘사한 것이 바로 '소상팔경도'다. 조선시대 화가들이 즐겨 그렸던 회화의 한 장르로, 산수의 경개가 뛰어난 것을 일컫는 '팔경(八景)'이란 말이 바로 여기에서 유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