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양민속박물관의 감실. 감실의 안은 4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져, 4대 조상의 신주(조상의 가상 신체)를 모신다. 충청남도 민속자료 29호.
온양민속박물관
감실은 조상의 신주를 모셔둔 사당의 축소판입니다. 온양민속박물관에 있는 그 감실은 어느 지역 반가에서 사용하던 것입니다. 정교함과 예스러움이 '정성과 공경'을 핵심으로 하는 제사문화의 정수 같은 것이었습니다. 정현 작가는 기존에 '감모여재도(感慕如在圖)'로 통칭하던 그림들을 불교적 성격의 원당도와 유교적 성격의 감모여재도 및 교의도로 구분하였습니다.
화제(畵題)가 있는 민화 그림은 매우 드문 경우입니다. 그런데 제사 용도로 사용된 그림 중에 '감모여재도'라는 화제 그림들이 발견되면서 제사용도의 그림들이 모두 '감모여재도'로 통칭되었습니다. 그러나 제작 성격도 다르고 화제도 '감모여재도'와 '영위도(靈位圖)'로 다르기 때문에 구분을 했습니다. '명확한 논거와 문헌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학문이라고 믿으니까요.
정현 작가는 제사 그림에 대해 이론적으로 연구했고 제사 그림도 상당수 그렸다고 합니다. '왜 제사가 그렇게나 중요한가?' 물었습니다.
"그게 우리의 뿌리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가, 자신은 누구인가를 아는 일이니까! 자신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다면, 자신의 생물학적 뿌리인 조상에 대한 감사로도 표출된다고 봐요. 저는 제사를 추억의 공유이자 감사 의식이라고 생각해요!"
정현 작가는 제사도의 그림을 꼼꼼히 봤었죠. 제수로 진설된 음식은 무엇이었지? 그 음식들은 현재와는 어떻게 다르지? 이전 제사도엔 수박, 참외, 석류, 오이, 가지도 썼는데, 이것들은 "씨가 많거나 넝쿨식물이거나 남근을 연상케 하는 형태로, 다산을 상징하는 것들"입니다. "자신들이 기원하는 바를 담았던 상징물들의 표현인 것"이죠(2015년 10월 월간민화
<화제의 論考> 민화 제사그림의 기능에 관한 재고찰).
4월 24일, 한가람미술관에서 꼭두소녀 가족을 전시하다
정현 작가는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서 개막한 <현대미술 그 벽을 넘고 거닐다>(4월 24일~28일) 전에 참여했습니다. 민화작가 정현의 그림은 전통적이지만 새로움이 있습니다.
오방색 천이 드리워진 사라수 밑에는 빨랫줄이 나란하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반가사유상이 등에 아기를 업은 사내의 모습으로 일상의 풍경 속에 있습니다. 가족 사진에는 양복을 입은 반가사유상 사내와 부처 머리를 한 엄마가 아기를 안고 있습니다. 양장 원피스를 입은 작은 여자아이와 소녀 꼭두도 자리를 같이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