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하고도 몇 살을 더해야 하는 나이가 된 지금, 나는 프로젝트 하나를 시작했다. 먼저 제일 멋진 노트를 샀고, 앞표지에 '○○○ 지음'이라는 라벨을 붙였다. 내 삶의 기록을 완성할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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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겨울부터 에세이 쓰기 수업을 받고 있다. 처음 시작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들었던 두려움은 '일기도 쓰지 않던 내가 에세이를 쓸 수 있을까'였다. 수업을 받을수록 일기의 부재가 절실하게 아쉬웠다. 나의 과거를 나만의 시선으로 기록해 둔 자료가 계속 쌓였다면 좋지 않았을까.
일기는 일종의 글쓰기이다. 글을 쓰려면 먼저 생각을 해야 한다. 이 과정은 나를 발전시키기도 하지만 나 자신을 치유해 주기도 한다. 스트레스 받는 일이나 고민거리를 누군가에게 전화로, 또는 커피숍에서 주저리주저리 털어놓으면 조금은 풀린다. 하지만 뭔가 2% 아쉽다. 이를 글로 풀어놓으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자연적인 치유 과정이다. 나 혼자만의 느낌이 아니다.
지금 힘든 일들을 일기에 써내려 가면
일주일 후, 한 달 후, 일 년 후
이 일기를 볼 미래의 내가
나를 토닥거려 주는 것 같습니다.
미래의 나한테
힘들다고 칭얼거리면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나는
일기를 쓰며 미래의 나한테 위로받습니다.
책 <결국 결말은 해피엔딩>에서 김이현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제목처럼 일기를 통하면 모든 일이 해피엔딩으로 향할 것 같다.
어릴 때 읽었던 <안네의 일기>에서 안네는 '키티'라는 일기장을 친구삼아 편지를 쓴다. 비밀 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키티는 안네에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준다. 친구뿐이랴. 그 힘든 기간 동안 버팀목이 되어 안네를 매일 치유해준다.
만약 안네의 부모님이 맞춤법 검사라는 명목으로 일기를 검사했다면 아마도 안네의 일기는 계속 쓰이지도,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안네는 그 누구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무감 없이 계속 일기를 써왔다. 그 결과 훌륭한 책이 탄생했다.
안네의 두려움을 짐작조차 못하던 어린 시절의 나는 '키티'라는 존재가 마냥 부러웠다. 내 일기장에도 비슷한 이름을 지어줬었다. 다만 놀기에 바빴던 나는 며칠 지나지 않아 현실의 친구들과 더 각별하게 지내고 말았다. 그렇게 내 일기는 사라졌다.
마흔하고도 몇 살을 더해야 하는 나이가 된 지금, 나는 프로젝트 하나를 시작했다. 먼저 제일 멋진 노트를 샀고, 앞표지에 '○○○ 지음'이라는 라벨을 붙였다. 내 삶의 기록을 완성할 작정이다. 40대의 삶, 50대의 삶, 60대의 삶이 진행 중이다. 때로는 편지로, 때로는 자랑으로, 때로는 푸념으로 '나만의 일기'를 부활시킬 것이다. 나를 치유해 줄 나만의 일기로.
결국 결말은 해피엔딩 - 미래의 나에게
김이현 지음,
지식인하우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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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아들을 키우며 꿈을 이루고 싶은 엄마입니다.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다같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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