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무개씨(64)는 지난해 12월 한국신용정보원을 찾아 본인의 보험신용정보 자료 제공을 요청했다. 김씨가 가지 않은 병원을 X표로 표시해둔 모습.
조선혜
MG손해보험의 경우 김씨가 청라백세요양병원에서 2015년 12월14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입원했다고 보고했지만, 실제 김씨는 청라의원에 있었다. MG손해보험은 모두 246일치의 진료 정보를 엉터리로 보고했다. AIG손해보험의 경우 31일치의 기록이 잘못 보고됐다.
김씨는 "전남대병원에는 입원한 적도 없는데, 보험회사는 내가 그곳에서 치료 받았다고 기록했더라"며 "보험사에서 한 건도 아니고 수백여 건을 그렇게 보고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공개한 자료만 보면, 김씨는 자신이 가지도 않은 병원 9곳에서 모두 318일동안 입원치료를 받았고, 그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 받은 것으로 돼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이처럼 허위로 보고된 기록들이 지난 4년 동안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하지만 김씨는 이러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지내왔다. 그는 "보험사에서 내 정보를 신정원에 보고하는 것도, 내가 요청하면 자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작년 말에 지인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연말에 신정원 쪽에 자신의 병원 진료 기록과 보험금 지급 등의 정보 열람을 청구해, 올 2월에 자료를 받았다. 김 씨는 "교보생명 정도면 큰 회사니까 그냥 (제대로 기록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라며 "이렇게 돼 있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와 같이 보험사들이 소비자 신용정보를 사실과 다르게 신정원에 보고하는 것은 법 위반 행위다. 현행 신용정보법에서는 보험회사가 소비자의 신용정보를 신용정보회사나 신정원과 같은 신용정보집중기관에 사실과 다르게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신용정보법 18조 1항, 시행령 15조 1항 등).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 처분도 받는다.
보험사들 "관행적으로 하다 보니", "직원이 잘못 입력" 뒤늦게 인정
이에 대해 교보생명 등 보험사들은 김씨의 개인신용정보를 잘못 기록한 사실을 인정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전산에 정보를 입력할 때 의사면허번호만 넣고, 병원코드는 넣지 않으면서 불거진 일"이라며 "병원이름까지 정확히 확인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김씨는 실제 A병원에서 A의사에게 진료 받았는데 이후 해당 의사가 B병원으로 이직했고, 그 시점에 보험사가 정보를 기록하면서 B병원으로 정보가 남게 됐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의사면허번호만 넣다 보니 그 내용이 신정원 자료에 반영됐다"며 "입원일수나 다른 부분에선 오류가 없었다, 의도적으로 이렇게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MG손해보험 관계자도 "직원이 비슷한 병원명을 헷갈려 이를 잘못 기재하는 착오가 발생했다, 보험금 지급은 완결됐다"고 말했다. '회사가 잘못 기록한 병원 4곳 중 2곳의 이름은 실제 김씨가 방문한 병원명과 전혀 다른데 어떻게 오류가 발생했나'라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어쨌든 직원이 잘못 입력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담당 직원이 급한 마음에 입력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며 "철저히 관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AIG손해보험 관계자는 "소비자가 진료 받은 병원명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명칭이 검색돼 (직원이) 잘못 입력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부 승인을 거쳐 이를 정정하고, 신정원에도 해당 건에 대한 정정을 공식 요청할 예정"이라며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앞으로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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