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청와대 사회원로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합을 위해 적폐수사를 그만 하라'는 요구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심각히 반헌법적인 것이고, 또 헌법 파괴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타협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일축했다. 적폐청산은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2일 사회계 원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연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지난 2년여 간 국정을 이끌며 가장 힘들었던 일을 꼽으면서 "정파에 따라 정치권의 대립이나 갈등이 격렬하고, 또 그에 따라서 (각 정당을) 지지하는 국민 사이에서도 갈수록 적대감이 높아지는 현상이 가장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좀 더 협치 노력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씀들도 많이 듣는다, 당연히 더 노력을 해 나가겠습니다"라면서 지난 3월에 출범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가 아직도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거론했다. 일부 야당은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을 이유로 국정상설협의체 불참을 선언했다.
이전 정권 시절 일어난 국정농단과 사법농단 등에 대한 일명 '적폐수사'를 그만하라는 자유한국당의 요구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이제는 적폐수사 그만하고 좀 통합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냐' 그런 말씀들도 많이 듣는다"라면서 "살아 움직이는 수사에 대해서 정부가 통제할 수도 없고 또 통제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제 개인적으로는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아주 심각하게 반헌법적인 것이고 또 헌법 파괴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타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빨리 진상을 규명하고 청산이 이뤄진 다음, 그 성찰 위에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나가자는 데 대해 공감이 있다면 그 구체적인 방안들에 관해선 얼마든지 협치하고 타협도 할 수 있을 것인데,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 그 자체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입장이나 시각이 다르니까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분법이 통하지 않은 세상... 과거 진보-보수 의미 없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정치권이 분단의 현실을 악용한 이념 공세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오찬 마무리 발언에서 문 대통령은 "(원로분들이) 남북관계에서의 새로운 역사를 좋게 말씀해주셨는데 우선 그 부분도 공고화돼 있지 않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개인적으로 종북좌파라는 말이 어느 한 개인에게 위협적인 말이 되지 않고, 생각이 다른 정파에 대해 위협적인 프레임이 되지 않는 세상만 돼도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진보·보수 이런 낡은 프레임, 낡은 이분법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된 것"이라며 "오히려 상식, 실용(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불러일으킬 엄청난 산업구조의 변화, 일자리의 변화, 사회 변화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생각한다면 과거의 진보·보수는 거의 의미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래서 이제 그런 프레임을 없애는 데 제 나름대로는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어느 정도는 성과도 이뤘다고 스스로 생각한다"라면서도 "아직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