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기차역 풍경.
김진석
5월 1일 이른 아침인 오전 6시 3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에 내렸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4월 24일 오후 5시 23분에 출발했으니 약 160시간이 걸린 셈이다.
이로써 '고려인의 길' 프러젝트 1차가 마무리되었다. 6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약 2500명의 고려인을 만났고, 9만장 가까운 사진을 찍었다. 취재노트에는 그들의 이름과 일상에 관한 기록이 빼곡히 적혀져 있다.
내가 마지막 여정으로 기차를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만난 고려인들 모두 본인, 부모님, 조부모 등이 1937년 이 기차를 타고 강제 이주한 곳으로 갔다. 물론 그 때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 자신이 한 번쯤은 그들의 시간을 거꾸로 가봐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기차는 느릿느릿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듯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 출발 첫 날 새벽에 잠시 정차한 카자흐스탄 우슈토베는 고려인들의 최초 정착지다. 낯설고 추운 날 어딘지도 모르고 내린 그들의 삶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