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의 기회인가 위기인가
참여사회
플랫폼 경제는 신기술과 사업모델 혁신을 통해 다양한 창업과 일자리를 창출하여 경제성장에 이바지하고 있으나 '플랫폼노동'이라는 새로운 유연 노동을 불러오고 있다.
주류경제학자들은 플랫폼노동이 시장진입 비용을 낮춰 스타트업들이 기존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고, 원할 때만 노동을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전일제 노동이 어려운 이들의 노동 참여 유인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반면 일부 노동전문가들은 플랫폼노동이 노동을 파편화시키는 신자유주의의 연장선에 있다고 본다. 실제 디지털기술은 노동을 잘게 쪼개어 '30분짜리 노동' '건당 수수료를 받는 노동'을 양산해 낼 수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비정형 고용을 임시고용, 단시간 노동, 파견 노동 및 다자 계약, 위장된 고용 관계 및 종속 자영업 등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는데 플랫폼노동은 4가지 유형의 특징들을 모두 보인다.
그동안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고용 관계를 기반으로 근로기준법, 노동삼권을 보장하여 노사가 힘의 균형을 이루는 산업민주주의를 추구해 왔다. 그러나 플랫폼노동은 상시 고용, 사업장 출퇴근, 8시간 정규노동 등을 중심으로 구축된 표준적 고용 관계를 해체하고, 노동법과 사회복지가 적용되기 어려운 비정형 노동을 확대하고 있다.
플랫폼노동자의 노동실태
한국의 플랫폼노동은 배달서비스, 대리운전, 가사서비스, 퀵서비스, 병간호, 번역, 청소용역, 홈페이지 제작, 디자인, 시나리오 작가, 미용 서비스, 과외, 택배(쿠팡 플렉스), 일회성 아르바이트 등이 있다. 그 영역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플랫폼노동 실태를 살펴보면 '배민라이더스'와 같이 규모가 크고 투명한 업체들은 소득과 안전 등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일반 '배달 라이더'들은 허술한 안전장비에 휴식도 없이 도로를 달리고 장시간 노동을 감수하고 있다. 고정 급여 없이 배달 건수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는 '지입 라이더'의 월 총소득은 250~500만 원이다. 여기서 오토바이 대여비 25만 원과 유류비, 사업 소득 3.3% 세금, 특수형태 고용 산재보험료 종사자 부담분 등을 공제한다.
15만 명이 넘는 대리기사들은 월 중개료가 매출의 20%, 앱 프로그램 사용료 월 1만 5천 원, 보험료 월 10~15만 원, 통신료 등 매출의 35~40%가 공제된다. 긴 대기시간을 갖고 심야 노동을 하지만 제반 비용을 제하면 순 수입은 평균 200만 원이 안 된다. 17만 명에 이르는 퀵서비스 기사들도 중개료, 오토바이 유류비와 수리비, 프로그램 사용료, 보험료, 통신료 등 제반 비용을 제하고 나면 순 수입은 월평균 200만 원 정도이다.
플랫폼노동자는 자율적으로 일하는가, 플랫폼의 통제를 받는가?
기업 측은 "플랫폼 기업은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 플랫폼노동자를 직접 통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플랫폼노동자가 플랫폼이 제공하는 노동 제공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업무시간도 조정할 수 있으므로 독립적인 계약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플랫폼노동자들은 어느 정도 업무의 자주성을 갖지만, 동시에 플랫폼의 통제도 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 플랫폼에서 일할 때 노동과정에 대해, 플랫폼 기업은 보상 메커니즘과 업무설계를 통해 노동자들이 자연스럽게 업무를 수행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플랫폼노동자들은 평가등급을 잘 받기 위해 고객의 요구를 충실히 따르게 된다. 이는 플랫폼이 감독·관리 권한을 고객들에게 이전한 것이므로 이때 플랫폼은 보이지 않는 배후의 고용주가 된다.
플랫폼은 입사 전 교육, 로고 복장 착용, 근태 관리, 시작과 마침 시간 관리, 앱 사용 중단과 퇴출 등을 결정한다. 노동자들은 호출을 기다리며 플랫폼이 주는 일감을 받는다. 또한 플랫폼이 정한 규칙을 따르고 플랫폼의 사후 평가 때문에 보상을 차등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