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을 틀리는 요리점대놓고 주문이 틀릴 수 있다고 말하는 가게. 그러나 이 곳을 방문하는 사람 중에 어느 누구 하나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이 없다.
이의성
책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을 읽기 전 겪었던 일들 때문일까. 이 책의 내용이 극적으로 다가왔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라니, 요즘 세상에 그랬다간 집중 포화를 맞게 되지 않을까. '장사의 기본이 안 됐다'는 둥, '저런 집은 다신 가면 안 된다'는 둥 하고 말이다.
그러나 이 가게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본인들의 주문과 다른 음식이 나오더라도 당황하거나, 심지어 화조차 내지 않는다. 이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에 등장하는 종업원들은 모두 치매를 앓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본인들이 주문한 음식이 실수 없이 나오는 것을 더 아쉬워하곤 한다. 음식을 잘못 내와도 방긋 웃는 종업원과 그럼에도 웃으며 먹는 손님들.
늙는 것이 두렵지 않은 나라, 병드는 것이 더 이상 불행하고 외롭지 않은 사회. 이 책을 읽으면서 살이나마 그 맛을 본 것 같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의 그 현장감이 우리 삶 자체가 될 수 있기를, 관용과 이해와 소통의 공기가 곳곳에 흐를 수 있기를 바라고 고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by 옮긴이의 글
이 책은 NHK 방송국 PD인 일본인 저자 오구니 시로가 우연히 취재 차 방문하게 된 간병 시설에서 엉뚱한 음식을 먹게 된 후 이를 하나의 짧은 프로젝트로 기획해 낸 결과물을 담아냈다. 범상치 않은 기획에 역시나 범상치 않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므로, 그 자체만으로도 읽을 만하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은 2017년 6월 3일과 4일 단 이틀, 도쿄 시내에 있는 좌석 수 열두 개의 작은 레스토랑을 빌려서 시험적으로 오픈하기로 했습니다. '시험적'이라는 표현을 빌린 것은, 이러한 콘셉트의 요리점이 세상 사람들에게 통할지 어떨지 우선 지켜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중에서
책은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을 바라보는 다양한 사람들의 시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애초부터 이 말도 안되는 요리점을 기획한 저자 오구니 시로에서부터 이 요리점을 방문했던 손님들은 물론 서빙 일을 하시는 치매 노인 분들의 자세한 사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이 요리점을 서술하고 있다. 각기 다른 개인이지만 모두 이 공간에 대한 애정으로 수렴한다는 점에서 서로 닮아있다고 말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따뜻하며 가슴 뭉클해 지는 책이다. 주문이 틀리게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기꺼이 이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나, 주문이 틀린 줄도 모른채 본인에게 맡겨진 일을 열심히 하려는 치매환자분들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배려와 이해를 몸에 휘감고 있다. 오직 이 식당에 들어선 순간만큼은 유토피아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마치 손님들 모두 가슴이 따뜻해질 작정을 하고 이 가게를 찾는 듯 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