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루' 들어보이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경호권이 발동된 국회 본관 의안과 앞에서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이날 새벽 의안과 출입문 개문을 위해 국회 관계자가 사용했던 쇠지렛대(일명 빠루)를 입수해 들어보이고 있다.
남소연
최근 정치뉴스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빠루"가 요란하다. 김정재 한국당 의원은 "민주당 측이 준비한 건지, 국회 방호과에서 가져온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어제 저희가 뺏은 '빠루'입니다"라고 나 원내대표가 든 '빠루'를 설명했다. 뉴스를 보지 않은 사람들은 '빠루'가 뭐야? 라며 궁금해 할 것이다. 물론 기사들은 '빠루=쇠지렛대'라고 보충 설명을 하고 있지만 '쇠지렛대'라고 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빠루'는 영어 'bar'가 일본어로 건너가서 빠루(パ―ル)가 된 말이다. 이것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발음 그대로 들여다 쓰고 있는 실정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건설용어(1997), 국어순화용어자료집>에서 빠루를 '노루발못뽑이'로 순화해서 쓰라고 권고하고 있다.
'빠루'처럼 일본어투 건설용어는 굉장히 많다. "가리방(줄판), 가쿠목(각목), 고데(인두, 흙손), 고바이(벽돌세워쌓기), 공구리(콘크리트), 기리(송곳), 다카시(높이), 다테(세로), 요코(가로), 도와쿠(문틀), 마도(창), 아시바(비계, 발판), 오함마(큰망치), 빠루(노루발못뽑이), 히사시(차양)" 같은 말들은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처음에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게는 일본말투의 연장 이름을 외워야 하는 것이 고역일 듯싶다. 실은 작은 소책자를 하나 만들 정도로 '일본어투 건설용어'가 많기에 또 하나의 언어절벽을 경험해야 하는 근로자들의 이중고가 안타깝다. 물론 오랜 세월 현장에서 잔뼈가 굵다보면 '모국어'처럼 익숙하겠지만 그러나 자기 나라의 쉽고 편한 말을 두고 구태여 일본말로 된 용어를 익혀가며 공사를 하는 까닭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