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IB' 출발17일 열린 제주도교육청과 대구시교육청의 '한국어 IB' 추진 기자회견.
대구시교육청
전교조 성명서=IB 관련 보고서 자료를 보면 영어로 운영하는 IB DP 과정(45점 만점)에서 서울대는 42점, 연세대와 고려대는 40점 이상은 되어야 합격한다는 조사 결과 내용이 있다. IBDP를 도입해도 상위 학생들만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은 지금 수능과도 같다고 할 것이다.
이혜정=사실과 다른 주장이다. 2018년 7~9월에 IB의 한국어화 타당성 분석 당시, 국내 대학들의 IB 입학정책을 조사했다. 현재 국내에 IB 커트라인이 있는 대학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컨대 서울대는 최종 합격 여부를 면접으로 결정한다. 실제로 최근 45점 만점도 불합격한 사례도 있고 40점 이하인데도 합격 사례가 있다.
전교조 성명서=IBDP 도입이 학생에게 과도한 학습 부담을 줄 수 있다. 제주의 국제학교는 IBDP 졸업 시험 과정과 별도로 내신 평가를 하고 있어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많다고 알려졌다.
이혜정=학생에게 과도한 학습 부담은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다. IB에서 요구하는 내신 평가 외에 학교별로 중간고사 기말고사 등을 치르는 것은 학교별 재량이다. IB가 느슨한 과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국의 고등학생보다 더 과도한 학습부담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전교조 성명서=IBDP 졸업을 위한 점수는 고교 과정을 마친 1월 정도에 발표된다. 이로 인해 현재의 우리나라 입시제도에서 국내 대학에 진학하려면 재수를 해야 한다.
이혜정=현재 공교육 입시에서는 IB 학생들은 IB 최종점수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아니라 교내 내신과 활동에 기반한 생활기록부 기반으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지원한다. 다만 학생부에 기록되는 교내 내신과 활동이 모두 IB 교육과정의 시험과 활동인 것이다. 그러므로 1월의 최종점수 발표와 무관하게 대학 진학이 가능하다.
"IB는 서구 교육과정이 아니라 지역 정체성 살릴 수 있어"
전교조 성명서=IBDP 도입으로 학생의 대학 진학에 제한을 하게 한다. 수능 최저점이 없는 수시전형에서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과 학과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수능을 준비한다면 IB DP와 수능 준비를 같이해야 하기에 학업에 부담을 갖게 된다.
이혜정='한국어 IB' 추진확정 기자회견에서 제주도와 대구시교육감은 수능 최저 요구가 없는 수시전형이 40% 이상이라고 언급했다. 서울대는 수능 최저 없는 수시전형이 50% 이상이다. IB 학생은 수능을 같이 준비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교 입학 전에 수능을 안 보는 학교임을 공지하고 학생들이 선택하게 할 것이다.
전교조 성명서=막대한 예산과 행정 지원을 일부 학교에 지원하는 것은 학교 간 교육 불평등을 일으킨다. 제주교육청은 IB 도입으로 매년 4억 원 이상을, 대구광역시교육청의 경우 22억 원 이상의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혜정=특정 학교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예산은 한국어로 각종 자료를 번역하는 것, 한국인으로 연수강사를 양성하는 것, 한국어로 교원 연수를 진행하는 것, 한국인으로 채점관을 양성하는 것 등 한번 해 놓으면 국내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자산과 생태계 구축에 지원한다. 학교에만 특정적으로 지원하는 예산은 일반적인 혁신학교나 연구학교에 지원하는 범위를 넘지 않는다.
전교조 성명서=서구문화 위주라서 지역에 대한 이해와 정체성을 담아내지 못한다.
이혜정=IB가 제시한 시험 예시가 다음과 같다.
"동학혁명이 일본의 조선 병합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는 주장을 논하시오."(2시간)
"하나코는 없다"(최윤,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1994)와 "입 속의 검은 잎"(기형도, 기형도 전집, 1989) 지문 중 하나를 골라 문학적으로 해설하시오.(2시간)
제주국제학교의 IB 학생이 쓴 소논문(Extended Essay) 주제=
"제주 전통 갈옷을 만드는 감즙의 항균력이 감즙 보관온도에 따라 어떻게 다른가"
"제주 해녀 문화의 고찰"
이처럼, IB는 특정 서구 국가의 교육과정이 아니다. 전세계 각 지역에서 적용할 교육과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지역의 정체성과 이것을 글로벌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을 동시에 기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IB는 다양화 매우 강조하고 콘텐츠도 획일적으로 통일하지 않아"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시대의 추세가 다양화인데, 교육과정의 표준화가 타당한가? 2차세계대전 전범, 위안부, 독도 문제를 IB에서는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이혜정=IB는 다양화를 매우 강조한다. 그래서 콘텐츠를 획일적으로 통일하지 않는다. 모든 교과에 정해진 교과서가 없고, 교사는 어느 교재이든 선택할 수 있고 심지어 자신이 직접 교재를 집필할 수도 있다. 교재의 진도도, 평가도, 모두 교사의 선택이다. 2차 세계대전, 전범, 위안부, 독도 문제를 다룬다면, 이에 대한 각기 다른 관점을 가진 다양한 매체 자료들을 사용할 수 있다. 학생들은 다양한 매체 자료들의 편집 의도와 관점들을 간파해 낼 수 있는 안목을 기르도록 훈련 받는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교육이라도 평가가 일관되지 않는다면 공정할 수 없다. IB가 표준화하는 것은 교육과정의 콘텐츠가 아니라 평가의 일관성을 표준화하는 것이다.
전경원=교육과정 편성운영 자율권이 있다면 IB 대신 그냥 한국의 교사들이 하면 되지 않나?
이혜정=교사의 교육과정 편성 운영 및 평가의 자율권은 평가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의 신뢰와 맞물려 있다. IB는 교사의 교육과정 편성 운영과 평가의 자율권을 중시하면서 동시에 평가의 일관성, 신뢰성, 타당성이 50년간 엄정하게 검증된 시스템이다. 그 노하우의 장점을 받아들여 우리도 교사 자율권을 확보하면서도 평가 공정성의 신뢰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
전경원=IB는 IBO로부터 인증받은 학교만 실행할 수 있다. 인증 받기 전에는 어떤 IB 프로그램도 운영할 수 없다.
이혜정=IB 인증학교에서 운영되는 교육만이 IB 교육으로 공식 인정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2년 가량 걸리는 인증기간 내내 IB 교육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인증을 신청하여 후보학교가 되는 때부터 연수를 받고 IB 교육을 시작할 수 있다. 물론 처음에는 완벽하지 않을 수 있으나 점차 완성에 이르게 되어 인증받을 때까지 이미 학교는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고등학교는 2년 과정이 모두 대입에 반영되는 과정평가이기 때문에 인증이 완료된 후부터 IB 교육이 공식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후보학교 중이라도 IB 유형의 교육은 이루어지게 된다. 인증 받기 전이라도 이미 혁신적인 교육개혁이 그 학교 내에서는 시작되게 된다.
"모든 교과에 정해진 교과서 없고, 교사가 교재 집필할 수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