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판문점 선언, 615공동선언 기념 나고야 집회강연 후 대담을 하고 있는 강종헌 소장(왼쪽)과 이병휘 교수
이두희
총련계 대학교수와 사형수 출신 연구자와의 만남
1부 축하공연에 이어서 진행된 강연은 조총련 소속의 조선대학교 이병휘 교수와 한국문제연구소(일본) 강종헌 소장이 각각 '북미관계의 현황과 전망'(이병휘), '남북관계의 현황과 전망'(강종헌)이라는 주제의 발표와 두 사람의 대담으로 진행됐다.
이 강연은 내용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만남 자체만으로도 관심을 끌었다. 한편에는 조총련 교육기관인 조선대학교의 이병휘 교수가 있다는 것이고, 또 한편의 발표자는 박정희 시대에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조작 사건으로 사형언도를 받고 13년간 복역한 강종헌 소장이 맡은 것이다. 이 두 사람의 만남만으로도 격동하는 한반도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병휘 교수 본인도 "제가 이런 집회 자리에서 말씀을 드리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지금까지 일본의 동포사회는 한반도의 남북관계가 그대로 반영되어, 남과 북의 서로 다른 한쪽을 배경으로 하는 이들이 한 자리에 만나서 이야기하고 토론을 하는 것은, 적어도 공적인 자리에서는 좀처럼 이루어지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이병휘 교수는 강연에서 이제까지 한반도가 미국, 러시아(구소련), 중국이라고 하는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그들의 영향을 받는 상황이었다고 전제하면서, 하지만 2018년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통해 남북의 변화가 이 강대국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향 전환을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또한 북한이 오랜동안 국가의 기본방침으로 지켜 온 선군정치에서 벗어나 경제우선으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북미관계에 있어서는 70년간 적대관계를 이어 온 북미가 미국의 주장처럼 한번의 빅딜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없고 북한이 주장하는 동시단계론이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한편으로 북미 긴장관계가 바로 해소되지 않더라도 남북이 여러 방면에서 교류를 확대하고 경제상호의존성을 높임으로써 긴장관계를 완화하는 경제안보가 중요하고 그것이 앞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관점이라고 지적했다.
강종헌 소장은 과거 노무현 정권 시절 미국 부시 정권의 집요한 반대가 있었음에도 한국 정부의 끈질긴 설득으로 개성공단이 용인되고 가동이 실현된 것처럼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대해 민족의 이익에 기반한 설득과 교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미관계에서 여전히 종속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서, 그럴 때일수록 남북간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미국의 방해를 돌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난관 돌파를 위해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이 필요
두 강연자는 각각 남과 북의 관점에서 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한 이야기를 했지만,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공통되게 민족공조를 강조한 부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는 난관 속에서도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남북이 무엇을 가장 마음 깊이 새기고 임해야 할 것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특히 두 사람 모두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의 교착 국면 돌파를 위해서라도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방문을 실현해서 대내외에 남북공조를 과시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동의했다.
이 부분에 대해 강종헌 소장은 "지금도 여전히 북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남쪽의 여론을 고려할 때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을 직접 방문해, 국회 연설을 통해 한국국민들에게 북한이 전쟁을 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약속한다면 한국민들의 의식은 크게 바뀔 것이고 그것이 한반도의 긴장관계를 완화하고 통일의 길을 닦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