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면 주민 100여명은 22일 대흥면사무소 앞에서 서부내륙고속도로 노선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였다.
이재환
예당저수지를 끼고 있는 충남 예산군 대흥면은 서부내륙고속도로 건설이 추진되기 전까지는 꽤 평화로운 동네였다. 마을(대흥)은 지난 2009년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임존성이 있는 마을 뒤편 봉수산에는 지난 2007년 자연 휴양림이 들어섰는데 꽤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민간 자본으로 추진되는 서부내륙고속도로 건설 소식이 전해지면서 마을의 평화는 한순간에 깨졌다. 서부내륙고속도로가 관통한다는 사실을 접한 대흥 주민들은 지난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반대 투쟁을 벌여 오고 있다. 주민들은 고속도로가 마을을 관통할 경우, 애써 가꾼 휴양림은 물론이고 마을 전체가 두 동강이 날 지경이라고 호소하고 있다.[관련기사]
백제문화재 있는 슬로시티까지 관통... '민원유발' 고속도로
지난 2월 서부내륙고속도로 환경영향평가서가 통과됐으며 현재는 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실시계약까지 마친 상태다. 서부내륙고속도로 건설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주민 민원은 어느 것 하나도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대흥 주민들은 "이것이야말로 민간자본으로 추진되고 있는 민자고속도로의 한계이자 폐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흥 주민 100여 명은 22일 대흥면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서부내륙고속도로는 대흥면을 절대 통과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에 따르면, 봉수산의 경우 문화재 보호 때문에 터널 공사가 불가하고, 고속도로가 봉수산 자락을 가로 지를 경우 슬로시티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때문에 대흥 주민들은 어떤 형태로든 서부내륙고속도로가 마을을 관통해선 안 된다고 항변하고 있다.
대흥 주민 박효신씨는 "대흥은 경관이 빼어난 곳으로 슬로 시티로까지 지정된 곳이다. 어디를 봐서 이런 곳에 고속도로가 지나가야 한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국토부는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야합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민은 "마을에 포클레인이 들어오는 순간 그 앞에 드러누울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주민들 "슬로시티-백제 문화재 둘다 포기 못해"
대흥면에 있는 임존성은 백제 부흥 운동의 상징이기도 하다. 임존성은 백제의 외각 수비성으로 고구려의 침공에 대비해 건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제 패망 이후에는 주류성과 함께 백제 부흥군의 마지막 주둔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