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철 님이 로스터기에 커피생두를 볶았다.
김희정
김승희씨가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자 이천IL센터는 장애인 바리스타 자격증 과정(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사업)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세 사람은 그로부터 6년간 앞만 보고 달렸다. 그동안 장애인 300여 명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실시했고 2015년에는 이천IL센터를 이천시 설봉로로 확장 이전했다.
'꿈 볶는 카페'(이천시 부발종합운동장 소재)도 열었고 2017 전국장애인바리스타대회에 출전해 대상을 수상했다. 2018년부터는 이천시 지원으로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직원은 꿈 볶는 카페 근무자 3명을 포함해 11명이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시간도 그 나름대로 행복했어요. 근데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다른 사람을 가르치고 일을 하는 과정을 통해 제 안에 숨어있던 열정, 적극적인 성격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꼈어요. 신기하고 재미있었죠. 사라졌다고 치부하고 잃어버린 나를 찾은 기쁨이라고 할까요."
두 사람에게 맛있는 커피에 대해 물었다. 같은 커피로 똑같은 온도와 같은 시간 동안 커피 생두를 볶고 그 커피를 갈아 추출하는데도 커피 맛은 다르다고 한다. 커피 원산지, 그날의 날씨와 로스팅을 하는 사람, 커피 보관 방법, 바리스타 등에 따라서. 그러면서 두 사람은 덧붙였다.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이 커피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이 커피는 아주 고급스럽고 맛이 좋은 커피랍니다'라고 권하면 실례가 되겠지요. 내 입에 맛있는 커피를 권하기보다 상대방의 취향 선호하는 커피의 맛과 향을 고려하여 드리는 게 진정한 바리스타의 덕목인 것 같아요. 진정한 배려 역시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지고 잘 살펴서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요즘은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다양한 눈높이에 맞춘 편의 시설이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시민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한다. 김선철씨는 이어 '장애인 힐링마을'에 대해 말했다. 장애인들이 마음을 나누고 치유 받고 즐겁게 일하고 자립하여 행복하게 살아가는 공동체에 대한 꿈이다.
김선철씨와 김승희씨, 김은정씨는 서로에게 고마워했다. 고통의 터널과 행복한 순간 등 일상을 함께 해온 가족에게, 힘과 용기를 주면서 결국은 그 존재 자체로 반짝반짝 빛나도록 같이 와준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마치고 며칠 후 영화의 대사 한 대목이 떠올랐다. 실화를 바탕으로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영화 <언터처블:1%의 우정>의 대사, 백만장자이며 장애인 필립이 가난한 비장애인 드리스를 생각하며 한 말이었다.
"그 애는 내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해줘. 날 평범한 사람과 똑같이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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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무실에서는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잊고 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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