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현지 시간으로 2013년 3월 7일 오전 10시 5분(한국시간 8일 새벽 0시 5분)께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전체회의를 열어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제재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회의에는 5개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15개 이사국이 참석했다.
AP=연합뉴스
우선 우리는 대북제재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몇 가지 팩트체크를 해보자.
대부분의 언론은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를 통과시켰다고 보도하고, 대부분 이렇게 알고 있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는 없었다. 안보리의 결의는 'S/RES/1718'과 같은 명칭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차이를 지적하는 것은 말장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언론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이 이러한 결의를 '대북제재 결의'로 부르는 것에는 인식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들은 경제제재와 함께 평화적 외교적 조치도 촉구하고 있다. 특히 6자회담의 재개 필요성을 강조하고, 9·19공동성명에 따라 북과 미국이 상호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 현 긴장 상태를 풀 '평화적 포괄적 해결책'이 필요하며, 긴장 완화를 위해 각국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한국이 북과의 긴장 완화를 위해 조치들을 취하고 평화적 포괄적 해결책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하는 것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 유엔의 결의들을 충실하게 집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북제재만 충실하게 집행하는 것이 국제공조가 아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에 제재와 외교 조치가 동시에 포함된 것은 유엔 안보리의 정치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즉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논의에서 경제제재를 촉구한 상임이사국이 있고, 평화적 외교적 조치를 촉구한 상임이사국이 있었다. 결의가 통과되기 위해서는 이들 사이에 타협이 이뤄져야 했고, 그 결과 결의의 내용에는 제재와 함께 평화적 외교적 조치가 다 포함이 되었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가 가결된 이후에도 그 내용 중 유독 경제제재만을 주목하고 이것의 이행만을 강조하는 국가와 인사들이 있다. 이들과 같이 유엔 결의를 '대북제재 결의'라고 부르며 제재를 위한 국제 공조를 외치는 것은 지극히 편향된 정치성을 보이는 것이며 유엔 안보리 결의 내용을 왜곡하는 것이다. 제재는 물론 평화적 외교적 조치를 이행해야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따른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북제재는 경제적 조치가 아니다. 전쟁의 연장이다. 미국은 1950년 북과 전쟁을 시작한 이래 여전히 전쟁중이다. 전쟁 상대인 북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은 미국의 전쟁 수행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심지어 미국의 안보위협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북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려고 한다. 그 수단의 하나로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를 결의로 통과시킨 것이고, 그 일환으로 독자적 제재들을 취하고 있다.
대북제재가 전쟁의 일환이라는 사실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2019.4.14.)에서도 드러난다. 이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한국, 캐나다 등 8개국이 북의 해상 환적 때문에 총 70만 제곱마일의 해상을 감시하고 있다. 미군 정찰기가 선박의 해상 이동을 포착하면 일본 사세보항 등에서 미 군함이 출항하여 북의 선박 활동을 채증한다고 한다. 즉 미국은 북에 대한 제재 집행을 위해 군사력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제재는 단순한 경제 행위가 아니라 직접적인 안보 행위인 것이다.
북은 경제집중 노선 때문에 제재 해제 요구?
그런데도 북이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한 것이 경제개발을 위해 목이 말라서일까?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김정은 정권의 제재 해제요구를 경제적인 요구로 해석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 제일주의를 내세우고 경제발전에 매진하고 있으므로 제재 해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진보와 보수 모두 이러한 해석을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 정부도 북이 비핵화를 하면 '훌륭한 미래'가 있다며 제재 해제를 경제적 보상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물론 제재 해제는 직접적 경제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 정부는 이에 크게 기대를 갖고 있지 않다.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센토사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져도 그랬고, 그전에도 그랬다. 간단하게 국가 예산을 보자. 최근 최고인민회의에서 통과시킨 2019년 예산을 보면 국가의 주 수입원은 예산수입의 85.7%를 차지하는 거래수입금과 국가기업이익금이다. 나머지 14.3%의 수입원으로는 협동단체 이익금, 부동산사용료, 사회보험료, 재산판매 및 가격 편차 수입, 기타 수입과 함께 마지막으로 경제무역지대수입을 들고 있다. 심지어 '기타 수입' 다음으로 '경제무역지대수입'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수입원으로서의 중요성은 최하순위인 것을 알 수 있다.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무역은 많아야 국가 예산수입의 1% 정도를 기여하는 정도가 아닐까 추론할 수 있다.
북 정부 입장에서 거의 중요성이 없는 무역 수입은 올해 1.6%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가예산수입이 3.7% 증가할 것으로 본 것에 비하면 무역 수입은 오히려 북 정부가 원하는 총증가율을 깎아 먹는 마이너스 요소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판문점 정상회담이나 센토사 북미정상회담 이전에 열렸던 2018년 최고인민회의에서도 무역 수입의 증가율은 전체 국가 수입의 증가율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상정되고 있었다. 오히려 병진노선을 추구하고 있던 2014년이나 2016년에 무역 수입 증가율이 국가 수입의 증가율을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과 대비된다. 즉 2018년 북이 취한 '경제집중' 노선은 무역의 증가가 국가수입의 주요한 원천이 되리라고 아예 기대도 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다른 부문의 성장률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