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치 결과값 조작 사례. 카카오톡 대화 내용(왼쪽)과 메일 내용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측정대행업체 대기측정 기록부를 조사한 결과, 직원 1명이 같은 시간대에 여러 장소에서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측정하거나, 1명이 하루 동안 측정할 수 없는 횟수를 측정한 것으로 기록한 8843건은 허위 측정으로 확인됐다.
또한, 측정을 의뢰한 대기업 담당자로부터 오염도 측정값을 조작해 달라는 내용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문자를 파악, 측정 조작의 공모 관계를 확인하는 등 4253건에 대해서는 실제 측정값을 축소한 것이 적발했다.
기준치 이내로 축소, 부과금 면제받아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측정값을 축소해 조작한 4253건에 대해 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 주요 항목별로 분석한 결과, 측정값은 실제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의 33.6% 수준으로 낮게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염화비닐 등 유해성이 큰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사례는 1667건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에는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 기준치를 173배 이상 초과했음에도 이상 없다고 조작한 사례도 있었다.
또한, 염화비닐 등 특정대기유해물질이 배출기준을 초과했음에도 기준 이내인 것으로 조작해 강화된 배출허용기준 적용을 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지와 황산화물 측정값도 법적기준의 30% 미만으로 조작, 대기기본배출 부과금도 면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이번에 대기오염물질 측정값 조작에 공모관계 등이 확인된 4곳의 측정대행업체와 6곳의 업체를 우선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에 기소 의견으로 지난 15일에 송치하고 관할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나머지 배출업체에 대해서는 현재 보강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추가로 송치할 계획이다.
"대기업이 이럴 수가!" 지역민들 거센 분노
여수산단과 광양지역 기업들의 측정치를 조작해 대기오염 물질을 불법 배출한 것과 관련, 광양만권 주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여수산단에 속해있는 ㈜엘지화학, 한화케미칼(주)에 대해 여수시와 환경단체, 정치권에서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여수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7·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발표, 여수산단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을 규탄했다. 여수환경련은 "LG화학, 한화케미칼 등 일부 부도덕한 기업들은 대기오염물질 배출 측정값을 조작·축소했다"면서 "이는 시민들의 생명과 건강에 위해를 가하는 범죄이자 시민들을 기만한 부도덕한 행위"라고 규정했다.
광양환경운동연합도 17일 성명을 발표하고 대한시멘트(주) 태인공장과 ㈜SNNC는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설 것을 주장했다. 백성호 광양환경련 공동의장은 "사법부는 이번 조작과 거짓 작성 등 불법행위에 가담한 해당 기업 전 공정을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 공동의장은 "환경부는 이번 기회에 포스코를 포함한 유사 산업체 전체를 대상으로 자가측정기 조작 여부 등을 더욱 세밀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수을 지역구 국회의원인 주승용 국회부의장은 "이번 사태는 비단 여수 산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라며 "미세먼지의 저감과 국민건강을 위해 전국 산업단지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원인물질 배출농도 측정결과'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여수시, 대책 마련… 환경단체 "강력 대응" 방침
환경부는 광주·전남 지역 적발사례는 빙산의 일각으로 보고 지난 2월부터 실시 중인 감사원의 '대기분야 측정대행업체 관리실태' 감사결과와 전국 일제점검 등을 통해 측정대행업체의 불법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종합개선방안을 5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측정대행업체와 배출사업장에 대한 관리 업무가 지자체로 이양된 이후, 불법 행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 ▲ 측정대행업체의 유착관계 차단 ▲ 측정대행업체 등록·관리 등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촘촘한 실시간 첨단 감시망을 구축해 미세먼지 불법배출을 근절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