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산불피해오색마을은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는 등산객보다 주전골과 오색약수, 오색온천을 찾는 탐방객들이 주요 고객이다. 봄철 통제기간이라 하더라도 상시 이용할 수 있는 주전골과 약수, 온천이 있음에도 이번 고성산불로 인한 도 다른 피해 현장이 됐다.
정덕수
2002년 양양군에 루사(한반도에 최대의 피해를 끼친 탓에 '누리'로 변경 됨)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을 때다. 양양군수(당시 이진호 군수)가 서울로 달려가 방송에 출연했다. 거기서 양양군수의 입장에서 피해지역이라 놀러가기 미안하게 생각하지 말고 많이들 찾아와달라며 큰절을 올렸다.
20여 년 고향엘 돌아와 산다. 그동안 루사를 필두로 이듬해 매미와 2005년 양양산불, 2006년 집중호우까지 생생하게 경험했다. 당장 재산상의 피해가 없으니 보상이란 꿈도 못 꿨다. 하지만 관광이 주요 산업인 이곳에서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지면 또 다른 재난이 된다.
"조만간 손님 때문에 점심도 제때 못 먹게 되니 지금 미리 많이 먹어둬요. 그리고 위기는 기회라는데 머리 뒀다 뭐합니까? 몇 분이 오시던 여기 찾으신 분들이 식사를 하시면 그 액수의 5%를 이번에 산불로 고통을 겪는 이재민들에게 성금으로 낸다고 약속하시고 마을 전체에 현수막이라도 걸어보세요."
"우리 벌써 예전에 우리가 힘들 때 고성에서도 도와줬기 때문에 우리도 이미 성금도 내고 다 했는데…"
"그건 그거고. 이참에 양양군에 있는 횟집 모두, 그리고 여기 오색처럼 집단으로 식당가가 몰려있는 마을에서 7월 초까지라도 손님들이 와서 식사를 하거나 회를 드시면 계산되는 돈의 5%를 자발적으로 이재민을 위해 내겠다 하시면 또 다른 기회를 만들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거죠."
"그걸 누가?"
"생각해보세요. 이재민들이 아무리 지원을 받고 각지에서 온정이 담긴 자원봉사가 있어도 나중에 보면 몇 집이나 제대로 보상을 받았다고 인정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당장 그들 때문에 손님이 줄어 피해를 본다고 난리지만, 막상 손님이 그래도 어려움에 처한 지역을 살려야 된다고 찾아와도 누가 이득이겠어요? 이재민이 이득될 거 없고, 손님이 찾는 식당이나 숙박업소만 이득이잖아요. 그 이득을 이재민을 위해 나누겠다고 하면… 내가 식당 하는 것도 아닌데 구구절절 이런 말 하면 뭐해요. 일단 손님일 누군가에게 감동부터 줄 생각을 하시란 얘깁니다."
이 말을 끝으로 지금 한참 좋은 벚꽃을 촬영하고, 어려서 여름철이면 친구들과 감자밭 지키며 소 풀 먹이다 멱 감고 놀던 치마폭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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