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은씨와 상우씨의 '커플템'두 사람의 전동 휠체어 조종기에 똑같은 골프공으로 커플 아이템을 달았다. 누가봐도 커플이다.
이희훈
16일 오후 영은, 상우와 함께 그들이 신혼집으로 정한 창동역 근처의 주공아파트로 향했다. 이들은 밥도 거의 먹지 않고 월 60만 원씩 적금을 넣어가면서 수급비를 모아 지난 2018년 7월,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사랑하는 연인끼리 '함께' 살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은 처음 충북 음성의 사회복지시설 꽃동네 희망의집에서 만났다.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녀간 곳이다. 영은은 다섯살 때 아버지가 꽃동네에 업고 가 포대기에 싼 채로 놓고갔던 걸 아직 기억한다. 상우는 집 형편이 어려워져 일곱살쯤 꽃동네에 와야 했다. 이들은 꽃동네에서만 20~30년이 넘게 살았다. 하지만 꽃동네가 워낙 넓은 탓에 서로의 존재를 잘 모르고 지내다가 꽃동네에 있는 희망의집이라는 곳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2015년 희망의집에서 같이 나와 살기로 선택했다. 영은은 "멋진 남자를 만나고 싶어서" 장애인 시설에서 나왔다고 했다. 영은의 바람대로 그는 탈시설한 이후 상우와 연애를 시작했다. 상우의 나이 34, 영은의 나이 25의 일이었다.
"원래 시설에 있을 때 잠깐 왕래했는데 연애하면 원장실로 끌려가서 혼날까봐 오빠를 마음에만 두고 있었어요." (영은)
종로에 있는 자립생활주택 평원재라는 곳으로 간 이들은 가슴 설레는 첫키스도 이곳 평원재에서 나누었다. 영은은 평원재 1층에 상우는 2층에 살던 때였다. 고백은 상우가 영은에게 먼저 했다.
"상우 오빠가 먼저 고백했어요. 저를 좋아한다고 그랬어요." (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