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토론회 모습. 왼쪽에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소속 회원들이 신규 변호사 수 통제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16일 국회에서 법학전문대학원교수협의회(이하 법전교협),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공동주최로 <변호사 시험을 점검한다>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김창록 경북대 로스쿨 교수,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 박종현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가 발제를 맡았으며, 오현정 법무법인 향법 변호사, 이성진 법률저널 기자, 최유경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이경수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공동대표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민만기 법전교협 부이사장은 "변호사 시험이 '선발 시험'으로 변질하면서 로스쿨의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 취지가 유명무실해졌으니 이를 정상화하고자 모였다"며 토론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토론의 주된 내용은 첫째 변호사시험을 선발시험으로 변질시킨 원인으로 지적되는 '신규 변호사 수 통제'(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통제)와 둘째 그로 인한 '로스쿨 교육의 형해화 현황'이었다.
기자는 그 내용을 차례로 소개한다. 먼저 '신규 변호사 수 통제'에 관하여 토론회에서 오간 내용을 살펴볼 예정이다.
발제자로 참여한 김창록 교수는 로스쿨의 지난 10년을 '수(數) 통제의 흑역사'라고 표현했다. '시험에 의한 선발'에서 '교육을 통한 양성'으로 법률가양성제도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로스쿨 도입의 취지이지만 '수 통제'의 관성 탓에 이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2004년 로스쿨 도입 준비 시기부터 역사를 차분히 짚으며 구체적 증거들을 제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04년 로스쿨 도입을 준비하며 대법원의 사법개혁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 등 '법조 3자'는 '총입학정원'이란 개념을 처음 사용하며 '총정원 1250여 명'의 수 통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총정원이 2천 명으로 정해지며 그 노력이 실패하자, 수 통제 노력은 '입구 통제'에서 '출구 통제' 쪽으로 옮겨져 지금까지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1500명대로 고정되고 있다. 법무부가 누적합격률이라는 '희한한 발명품'을 활용하지만, 실상 그 기반인 '입학정원대비 합격률'은 분모가 입학정원 2천 명으로 고정되기 때문에 '합격률' 아닌 '1500명'이란 단순한 '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 통제'의 근거는 합리적일까. 김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 직업인인 변호사의 적정 배출 수는 누구도 알 수 없다면서 이를 제시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변협 회장들은 지금껏 '배고픈 변호사는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발언해왔다. 이는 법률 전문직인 변협 회장이 할 말이 아니다. 이런 말은 피해를 본 국민이 탄식하며 하는 말인데, 지금 변호사들이 가해자가 될 수 있다며 겁박하는 것 아닌가? 더욱 문제는 이것이 수 통제의 유일한 근거란 점"이라며 '신규 변호사 수 통제'를 비판했다.
김창록 교수는 변호사시험법 제10조 제1항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기자 주 - 법무부 장관은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 취지를 고려하여 시험의 합격자를 결정하여야 한다. 이 경우 제14조에 따른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의 심의 의견과 대법원, 변호사법 제78조에 따른 대한변호사협회 및 법학전문대학원 등을 구성원으로 하여 민법 제32조와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라 설립된 법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그에 따르면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 등의 의견을 들어야'라는 부분과 '법학전문대학원이 도입 취지를 고려하여' 부분은 병존 불가다. 변협 등의 변호사 수 통제의 주장과 대국민 법률서비스 문턱 낮추기의 로스쿨 도입 취지는 모순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2017년 예비시험 도입 주장이 나오자 엉뚱하게도 변호사시험법에 이러한 사법 시험적 요소가 들어가게 된 것 같다"고 추측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역사를 돌아보건대 더는 변호사시험을 법무부에만 맡길 수 없다"면서 "새로운 10년을 맞이하며 시험 자체에 대해 전문적·독립적 연구 기관 설립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발제자인 한상희 교수는 "'배고픈 변호사'가 아닌 '배부른 변호사'가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변호사 수 통제'의 주된 이유로 첫째, 변호사 업계가 '제 살 뜯어 먹기'를 하고 있고 둘째, '될 대로 되라'는 식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통계청의 도표를 통해 "우리나라 변호사업 총매출액이 2007년 2조 4440억 원에서 현재 5조 115억 원으로 성장했다"며 "변호사 시장이 불황이란 주장은 허구"라고 말했다. 변호사들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이는 4조 이상을 10대 로펌이 차지하기 때문이지 결코 변호사 수가 늘었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 한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예를 찾을 수 없는 우리의 법률시장 독과점을 해소해야 하는데 이는 외면한 채 신규 변호사 수만 통제하려 드니 변호사 양성 교육만 죽어 나간다"면서 "배고픈 변호사가 아니라 배부른 변호사가 문제로 (약자들끼리) 제 살 뜯어 먹기를 할 때가 아니"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