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기념관에서 받은 달력
이희동
아이가 이야기한 달력은 지난 주말 전태일 기념관을 가서 기념품으로 받아온 달력을 의미했다. 그 달력에는 우리가 여느 달력에서 볼 수 없는 온갖 기념일이 적혀 있었는데 오늘 4월 16일에는 '세월호 참사 기억의 날'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아니, 학교에서 선생님이 세월호에 대해서 이야기 안 하셨어?"
"응? 몰라. 안 하신 것 같은데."
작년 이날만 해도 세월호를 보면 하느님이 안 계신 것 같다며,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세월호가 침몰한 것 같다며 등골 서늘한 이야기를 하던 둘째였는데(
8살 꼬마는 세월호의 '진짜' 침몰 이유를 알고 있다) 벌써 세월호가 기억에서 가물가물해진 건가. 그래, 두 살이나 네 살이나 기억이 안 나는 건 매한가지겠지.
동생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에 당황해하는 아빠가 안쓰러웠는지 첫째 까꿍이가 말을 걸어왔다. 녀석은 당시 6살. 그래도 동생보다는 세월호에 대해 분명한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선생님이 사회 시간에 세월호 이야기 하셨어."
"그래? 뭐라고?
"그냥. 세월호 침몰한 지 5년 됐다고."
"그리고?"
"짧게 말씀하셨어. 그리고 오늘 아침에 화재가 난 프랑스의 노트르담 성당에 관해 말씀하셨어. 선생님도 가보셨다고."
어쨌든 다행이었다. 짧게나마 세월호를 언급했다고 하니 아이들은 그렇게 세월호를 떠올렸을 것이며, 다시금 기억의 창고에 세월호를 각인시켰을 것이다.
세월호와 박근혜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한 뒤 열심히 JTBC 뉴스를 보고 있었다. 역시나 손석희 앵커는 뉴스 1면으로 세월호 5주기를 다뤘고, 곧이어 꽤 많은 꼭지로 프랑스의 노트르담 성당 화제를 보도했다. 세월호 관련 뉴스를 보던 아이들이 제각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빠는 세월호 하면 뭐가 떠올라?"
"글쎄. 너희는 어떤데?"
"(셋째)나는 배가 생각나. 우리 예전에 가서 진짜 세월호도 봤잖아."
"(첫째)나도 그래. 그리고 배 안에 타고 있던 언니, 오빠들이 생각나. 너무 무서웠을 것 같아. 배 창문을 두드리던 사진도 있었잖아."
누나와 동생의 말을 듣고 있던 둘째가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세월호 하면 박근혜가 떠올라."
"잉? 왜?"
"세월호 침몰했을 때 박근혜 관련된 기사만 나왔잖아."
"그건 탄핵 때 아냐? 그때 세월호 7시간 관련해서 계속 박근혜 보도가 나왔으니까."
"맞아. 세월호 하면 박근혜가 생각나고, 또 탄핵도 생각나. 우리가 광화문 나가서 촛불도 들었잖아. 세월호가 가라앉은 날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광화문에서 본 고래는 기억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