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리마루세월호 노란리본을 만들기 시작했던 와리공원내 위치한 와리마루
권이민수
초창기엔 유가족보단 지역주민과 함께했습니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요. '육우당추모기도회'에 순서를 맡아서 갔다가 우연히 동혁이네 부모님을 만났습니다. 동혁이 아버님이 저보고 '목사님이셨냐?'고 물으시더군요. 동혁이 아버님은 제가 안산시청 세월호수습지원단 공무원인 줄 알았던 겁니다. 그만큼 전 가족과 친밀하기보단 세월호 참사 관련 마을사업에 더 애를 썼습니다.
2015년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에는 와리마루에서 '416을 기억하는 주민 한마당'을 개최했습니다. 그 당시 대략 300여 명의 동네 주민이 참석했습니다. 올해 4번째 '416을 기억하는 주민 한마당'이 열립니다.
세월호 가족들은 분향소 예배를 통해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매월 셋째 주 예배를 희망교회에서 주관했습니다. 그 후에 이런저런 마을 사업을 하면서 유가족분들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마을갈등 해결을 위한 이웃 대화모임 진행자 양성과정도 운영하고 있어요. 여기에 유가족분들이 들어와 계십니다. 그분들께서 해준 이야기가 인상 깊습니다. 한 분은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상처를 받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고 다른 사람도 치료해주고 싶다'고 하셨고, 또 한 분은 '416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악마고 괴물인 줄 알았는데 강의를 들으며 그 사람들도 사람인 것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하시더군요. 또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엔 '416가족과 함께하는 마을 공동식탁'도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와서 음식 준비도 하고 세월호 가족들과 주민을 초대해 함께 식사도 하고 교제도 나누는 시간입니다.
매월 첫째 주 주일날 5시 '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 드리는 416가족과 함께하는 예배'도 희망교회에서 주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교회에서 주기 때마다 '416 기억 마을신문'을 만들고 있습니다. 세월호 가족이 주민에게 보내는 편지와 소식들을 모아 편집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3번째 신문이 배포될 예정입니다."
아팠던 곳도 안산이었고 치유되어야 할 곳도 안산이다
- 세월호와 안산주민들 그리고 희망교회가 함께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데 초창기 1년과 지금까지를 돌아봤을때 아쉬운 지점이 있을까요?
"많죠.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세월호 초창기 상황이 광화문에만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안산은 관심 밖이었죠. 관심이 조금 더 배분되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물론 세월호는 정부와의 진상규명 싸움이 맞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는 다른 세상이어야 한다고 할 때 다른 세상을 만들어가는 단위는 '지역공동체'입니다. 진상규명 이후에도 세월호를 기억하고, 세월호 가족들이 새로운 삶을 만들어갈 곳은 여기 안산입니다. 초창기 다들 광화문으로만 달려가고 지역이 비어 있다 보니 지역 주민들은 점점 지쳐갔던 것 같아요. 좀 더 면밀하고 치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문재인 정부가 곧 2년차가 됩니다. 목사님은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이번에 생명안전공원 부지 확정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세월호 가족들은 이전보다 더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생각 때문입니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었으니깐 다 된 거 아니냐'고들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루어진 게 하나도 없습니다. 부지만 확정되었지 공사도, 예산도 확정된 것이 없습니다. 정부가 물론 세월호 가족들의 요청을 100% 다 수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태도와 자세가 중요한 거 같아요.
우리가 사람을 만났을 때 '저 사람이 내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구나'하는 느낌을 받으면 신뢰감이 생기잖아요. 문 대통령이 이런 신뢰를 가족분들에게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족들도 당연히 이해해요. 어떻게 대통령이라고 다 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도 우리가 촛불혁명을 일으켰고, 그 혁명이 만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이니만큼 우리의 아픈 이야기들, 요구들을 수용하고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 않겠습니까. 전부 수용할 수 없더라도 공감하고 마음을 이해하는 신뢰 정도는 세월호 가족들에게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족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희망을 꺾지 않는 것입니다. 진실을 향한 여정 가운데 계속해서 희망을 심어주고 그들이 진실을 밝혀낼 수 있다는,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게 해야 합니다. 저는 그것이 문 대통령의 가장 큰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촛불혁명으로 대통령이 되었다면 문 대통령이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역시 세월호 참사 아닐까요?"
- 세월호 유가족과 이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무엇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416을 기억하는 안산 그리스도인 모임'을 준비할까 합니다. 다만 모임을 고민하다 보니 여타 다른 모임과 똑같은 것처럼 느껴져 주저하고 있습니다. 모임이 좀 여타 모임과 달랐으면 좋겠고, 대표 세우고, 집행위 준비하고, 회원 모임을 하는 이런 구조는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방식의 모임이나 조직이 되어서 함께 모여 예배하고 기도하고 세월호 참사 이전과는 다른 지역사회를 만들고 공동체를 이루는 모임을 되면 좋겠습니다. 또 이 모임의 공간이 따로 있으면 좋겠습니다. 세월호 가족들이 와서 쉬어가기도 하고 주민과 소통하기도 하는 공간이요. 이에 대한 준비와 고민 중입니다.
그 외에도 안산의 선부 3동과 와동, 여기서 140명 정도 희생되었는데 이 희생당한 아이들이 가장 많이 놀러 다닌 곳이 와동공원입니다. 그래서 와동공원 안에 있는 와리마루를 별이 된 아이들을 기억하는 거점 공간으로 만들려고 준비 중입니다. 아이들이 보고 싶거나 생각나면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 세월호를 생각할 때 목사님께서는 한국 교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오늘 아침 안산제일교회 권사라고 주장하는 분에게 항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떻게 목사가 그런 일을 하느냐'며 뭐라 하시다가 끊으시더군요. 그 외에도 언론에서 무수하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대부분 '안산 기독교의 입장이 뭐냐?'를 물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안산 기독교연합회 회원도 아니고 안산 기독교의 입장을 모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저에게 교회라는 울타리는 없습니다.
제 이야기는 단순히 교회를 향하거나 교회 입장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저 사회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죠. 그래서 한국교회에 딱히 바라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 교회 교우들에게 하는 말이 있어요. '교회에 오는 사람만이 교인이 아닙니다. 마을의 주민들이 다 교인입니다.' 교회가 성장하는 것은 교인이 많아지고 건물이 커지고 재정이 많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가 위치한 마을 공동체가 성장하는 것이 교회가 더불어 성장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세월호를 두고 했던 말들이 무엇이었던가 기억하시길
저는 교회에 바라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도 굳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세월호 참사 후 놀랐던 일을 꺼내 보려 합니다. 세월호 이후 많은 신학자와 많은 사람이 '세월호 참사가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의 병폐와 적폐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고 심포지엄도 열고 무수한 책도 출판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에게 지금 다시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뭐라고 하셨었죠?'라고. 제가 과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에 요청을 했었습니다. '4.16 주간을 NCCK에서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런데 이게 회의 안건으로 올라오자 4.3주간도 없는데 4.16주간은 너무 섣부르다고 하더군요. 저는 이게 이해가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