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픽사베이
최우현
고전답게 담백하고 화려한 문장이다. 단순 해석만 봐서는 '레이와(令和)'를 도출하는 데 특별한 의의와 의도는 없어 보인다. 그저 좋은 글자를 하나 씩 따와서 새로운 단어를 조합해 만들어 낸 것으로 말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 일본 정부 역시 '레이와(令和)'의 의미를 '아름다운 조화'(beautiful harmony) 정도로 설명하고 있다. 레이(令)의 문맥적 의미인 '좋고 상서로움'과 화(和)의 '조화로움'을 결부시킨 것이다. 새 연호가 부정적, 정치적으로 활용할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 측이 설명하는 표면적 해석은 아무래도 관계없다. 다시말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기본적으로 '연호'란 국제적, 대외적 활용을 목적으로 한 성격의 개념이 아니라 국내적, 대내적 통제와 결속을 위해 존재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속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느끼고 영향을 받는 것은 결국 '일본 국민'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연호를 바라보는 초점은 '일본 내(內)'로 향해야 한다. 그리고 두 글자 중에서도 '레이(令)'보다는 '화(和)'에 강조를 둬야한다. 해석이 분분하지만 대략적으로 '화(和)'란 일본인의 심층에 자리하는 '혼(魂)'과도 같은 의미의 단어로 쓰이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이 이 '화(和)'를 활용해 자신들 스스로를 고양시키는 가장 대표적인 말이 바로 '야마토 타마시이(大和魂)'다.
실상, '야마토 타마시이(大和魂)'는 대동아 공영론의 실질적 창시자 '요시다 쇼인'과 '니토베 이나조' 등 군국·식민주의 사상가들에 의해 열렬히 주창된 일종의 '선동구'로 다분히 파시즘적 성향을 띄고 있다. 2차 대전에서는 '일왕 만세'와 함께 일본군 병사들을 사생결단의 전의(戰意)로 몰아가는 문구로, 일제 침략의 상처가 있는 국가들 입장에서는 다분히 자극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거기에 더해 '야마토 타마시이(大和魂)'는 일본 우익들이 즐겨 사용하는 단어로 알려져 있다. 실제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언급했던 사례도 볼 수 있다. 아래는 지난 1월 28일 일본 국회 시정연설에 나선 아베 총리의 발언이다.
*일본 민족정신(大和魂)의 기개는 어려울 때 나타난다. *しきしまの 大和心のをゝしさはことある時ぞあらはれにける).
이러니 당연히 저변에 깔린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주변국으로서는 합리적인 물음이자 의심이다.
아직은 우려, 그러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급히 '레이와(令和)'의 의미에 적대를 중첩할 필요는 없다. 연호의 결론적인 해석은 어쨌거나 일왕(日王)이 평생 어떤 가치관으로 살아갔는지에 의해 대체로 판가름 난다. 쇼와(昭和) 당시도 그랬지만 '헤이세이(平成)'도 결국은 '아키히토 일왕'의 생애에 초점을 맞추며 저물어 가지 않는가. 특히 아키히토 일왕이 보여준 인격적 태도는(전대 일왕에 비해서) 아베 총리의 무분별한 우경화와 군국주의 회귀 움직임 앞에 어느 정도 제동이 되어주기도 했다. 해서 아직은 적대보다는 우려 정도의 시선으로 그들의 '5월 1일', '레이와(令和)' 시작을 관찰해보자.
먼 과거 고대 일본 야마토 정권의 '쇼토쿠 태자'가 발표한 일본 최초의 성문법인 '17조헌법' 제1조가 바로 '이화이귀(以和爲貴)다. 즉 '화(和)로써 귀함을 이룬다'는 뜻인데 결국 일본 스스로의 정체성(和)으로 진정한 평화를 이루자는 좋은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이 쇼토쿠 태자가 우리 고구려, 백제와 교류하며 화려한 아스카 문화를 꽃피운 것처럼, 일본이 새로 지정한 '레이와(令和)'의 화(和)도 그렇게 평화를 위해 만들어 갈 수 있길 간곡히 바라본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일본 새 연호 '레이와'에 감춰진 열도의 야심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